2020년, 우리는 코로나 19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은 조용한 격변을 맞이했다. 지난 상반기, 올해는 다시 시장이 성장할 거란 전망이 꺾였다. 5G는 예상보다 확실히 느려졌다. 초고가 프리미엄 전략은 직격탄을 맞고 침몰했다. 하반기는 어떻게 될까? 눈에 보이는 트렌드를 정리해 보자.
1. 중가 스마트폰 시장 성장, 초고가 프리미엄 전략 실패
2020년 상반기 스마트폰 시장 특징이라면, 프리미엄폰 시장 추락과 중가형 스마트폰 시장 성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판매 채널이 봉쇄된 가운데,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판매량 자체가 줄었다(-24%). 아이폰X 출시 이후 수직 상승하던 평균 판매 단가도 추락했다.
가장 뼈 맞은 제조사는 삼성이다. 올해를 5G 전환이 이뤄질 거라 여기고, 프리미엄 5G 스마트폰에 주력했다가 코로나19를 맞이했다. 제품도 과거 제품에 비해, 가격만 올라가고 크게 나아진 점이 없었다. 결국 안 팔렸다. A시리즈가 그나마 선방한 것이 다행이라지만, A 시리즈는 원래 갤럭시 시리즈 중 가장 많이 팔리는 폰이다. 운 나쁘게 갤럭시 노트20에서도 그 전략을 선회하지 못했다. 올해 하반기까지 힘든 길을 걸을 듯하다.
애플은 운이 좋았다. 아이폰SE 2세대를 제때 출시하는 데 성공했다. 초고가 스마트폰, 웨어러블, 무선 이어폰, 태블릿PC까지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아이폰12가 디자인을 빼면 뚜렷한 개선점이 보이지 않는다. 5G가 들어간 건 이제 장점이 되지 못한다. 중국 시장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가 관건인데, 정치 문제가 너무 크게 걸려있다.
시장은 극적으로 나뉘었다. 5G에 앞선 중국은 사실상 자국 폰만 유통되는 시장이 됐고, 화웨이는 여기서 성공했다. 인도는 반중 감정이 올라오면서 애매한 시장이 됐다. 미국은 코로나 19 + 정국 불안으로 인한 여러 혼란이 남아있다. 현재 상황에서 복수 소비나 극적인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다. 삼성에게 남은 카드는 폴더블 폰이지만 당장 양산하기 어렵다. 시장은 중저가 스마트폰 중심으로 흘러갈 예정이다.
2. 아이폰12도 5G는 구원하지 못한다
올해 5G 사업 관계자들이 가장 크게 기대하던 스마트폰은, 아이폰 12다. 5G가 지원되는 첫 제품이기 때문이다. 애플 제품은 싫든 좋든 매년 억대가 넘게 팔린다. 순식간에 1억대 넘는 스마트폰이 5G 네트워크를 쓸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물론 애플은 중국 시장을 신경 쓰며 5G 네트워크를 지원한 거겠지만, 어쨌든 5G 시장의 구세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소비자들이 이를 반길지는 알 수 없다. 지금 5G 망 투자에 주력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지만, 중국은 점점 세계와 갈라진 시장이 되고 있다. 미국은 5G 투자가 뒤로 늦춰졌고, 인도는 엄두도 못 낸다. 세계 3대 시장 상황이 이러니, 다른 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 이통사는 2020년 2/4분기 콘퍼런스 콜을 통해, 5G에 추가 투자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3사가 합쳐 스마트기기 보조금(=마케팅비)을 지급하지 않았더니 이익이 나더라-를 학습했기에, 기기 보조금이 쏟아질 가능성도 낮다.
아이폰12 가입을 5G 요금제로만 받을 것이 분명하기에, 5G 이용자는 분명히 늘겠지만, 역으로 아이폰12 판매에 제동을 걸 가능성도 크다. 코로나19로 인한 시장 상황을 보면, 예년보다 덜 팔릴 가능성이 높다. 아이폰12도, 5G는 구원하지 못한다. 5G 네트워크가 제대로 쓸 수 있게 되지 않는 이상, 5G 이용자들이 다들 LTE 전용으로 설정하고 쓰는 세계에선.
3. 새로운 폼팩터의 등장
작년 갤럭시 폴드의 등장을 기점으로, 이제껏 잘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사양을 가진 스마트폰들이 연달아 등장하고 있다. 기존 디자인으론 시장 침체를 뚫고 나갈 방법이 보이지 않아서다. 예전 휴대폰 시장 말기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졌다. 예를 들어 LG윙 같은 경우엔, 가로 본능폰 디자인에 키패드 부분에 추가 스크린을 달았다.
더 많은 폴더블 폰도 만날 수 있다. 갤럭시Z폴드2나 갤럭시Z플립2는 두 말할 필요도 없고, 모토로라 레이저 폴드도 개선된 모델을 내놓을 예정이다. 중국 하이센스에서 개발된 A5 같은 전자잉크, 컬러 전자잉크를 채택한 폰도 있다. 눈 건강에 신경 쓰는 사람들에게 소소하게 인기를 끌고 있다. 게이밍 스마트폰은 에이수스 로그3를 비롯해 다양한 제품이 발표됐다.
코로나19, 스마트폰 시장 포화, 동영상 크리에이터 시장 등은 올해 스마트폰 시장을 보여주는 키워드다. 이 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이 위기를 뚫고 나갈지, 한번 지켜보자. 일단 올 한 해는, 어떻게든 버텨보는 걸로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