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마지막주, 정리정돈 주간

벌써 12월 24일이네요. 올해가 일주일 정도(오늘 빼고) 남았단 말이죠. 늘 하던 대로 모든 약속이 사라지고(…) 내년 준비를 위해, 정리에 들어가는 기간이기도 합니다. 뭘 정리하냐고요? 주로 데이터 정리입니다.

에버노트에 스크랩했던 자료 정리, 포켓에 킵했던 자료 정리, 구글 킵에 끄적였던 메모 정리, 글 쓰려고 뽑아놨지만 못 쓴 자료들 정리. 알라딘과 리디북스 장바구니에 넣어둔 책 정리, 스크린샷 정리, 뭐 그런 것들이죠.

올해 특별히(?) 스팀에 등록한 위시 리스트도 싹 정리하려고 합니다. 정리를 안했더니 자꾸 위시리스트에 등록된 게임 할인중이야!하고 메일이 와서, 들락날락 거리게 된단 말이죠. 아직 사둔 게임도 다 못했는데요. 아, 그러고보니 여러 장바구니 정리도 해야겠군요. 전 쇼핑을 너무 좋아한단 말이죠.

여러분에게 올해는 어떤 한 해였나요? 좋은 쪽으로 말하자면 생성 AI의 해라고 할 겁니다. 재밌게 가지고 놀았거든요. 지금도 미드저니에 돈 내고, 매일 조금씩 가지고 놉니다. 이건 당분간 꽤 흥할 거에요. 돈 낼 가치가 있게 느껴지거든요. 오랜만에 쓰면서 재미를 느꼈던 기술입니다.

나쁜 쪽으론, 뭔가 폐허에 서 있는 기분이 든 한 해였습니다. 갑자기 하던 일을 다 그만두게 됐거든요. 거의 10년을 출연했던 YTN 사이언스 프로그램도 접고, 3년 정도 이어온 아리랑 TV 비즈 테크 코리아도 프로그램이 없어지고, SERI CEO ‘세상을 바꾸는 앱스토리’ 강의도 5년 만에 마무리 했습니다.

보통 프로그램이 끝나고 좀 있다 보면 새 프로그램 제의가 들어오는 데, 올해는 IT 업계가 흔들흔들해서인지, 그런 이야기도 없습니다. 테크 관련 프로그램 기획이 안 이뤄진단 말이죠. 이제 와서 팟캐스트나 유튜브를 하기도 그렇고… 정말 제주도 내려가서 살아야 하나, 그런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원고만 쓸 거라면 말이죠.

다행인 건, 한두 달 원고만 쓰고 있다 보니, 이렇게 살아도 참 좋네-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는 겁니다. 비행기 값이 비싸서 여행을 잘 못 다니는 걸 빼면, 나름 만족하고 있습니다. 적당히 벌어서 잘 살고 싶은 사람이니까, 적당히 벌 수 있다면 괜찮습니다. 결혼 하지 않은 것이 이럴 땐 정말 좋단 말이죠.

올해 남은 할 일은 원고 하나, 원고 기획 하나, 조카들에게 선물 보내는 일 하나… 정도입니다. 2022년 하고 싶은 100 가지는 44번까지 적었는데, 아직 100개는 못 채웠습니다. 이것도 2023년까지 하나하나…깨야죠. 2021년 하고 싶던 백 가지를 2022년에 다 깼던 것처럼. 그 전에 먼저, 정리정돈을 할까 합니다.

우리는 이제, 시간이 남아도는 게 아니란 사실을 아니까, 더 줄이고, 더 간략하게. 그러기 위한 정리정돈을 하려고 합니다. 더 많은 것을 하고 싶어가 아니라, 꼭 하고 싶은 것을 남겨 놓는 정리를. 점점 더 황량하게 변하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준비를 하려고요. 월동 준비랄까요.

그런 의미에서,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우리 같이, 월동 준비 안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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