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인디게임 심의, 어떻게 봐야할까?

RPG 쯔꾸르라는 롤플레잉 게임(RPG) 만들기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RPG 게임을 만들고 배포하는 커뮤니티 「니오티」에서 게임 배포를 중단했다. 게임물 등급 심의 위원회(이하 게등위)에서 심의를 받지 않고 게임을 배포하는 행위는 모두 불법이니, 심의를 받거나 게시판을 폐쇄하란 공문을 보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게등위 언론홍보 담당 실무관과 통화를 했다. 통화를 통해 확인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Q) 이제와서 인디게임 커뮤니티에 공문을 보내게 된 경위가 궁금하다

A) 제보가 들어왔다. 제보가 들어와서 모니터링팀에서 확인하고, 실정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판단해 해당 커뮤니티에 공문을 보내게 됐다.

Q) 이용자들은 공문 내용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A) 현재로선 현행법에 모든 게임을 심의받은 후에 유통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게임사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 21조). 제보가 들어와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해당 내용에 대해 시정조치를 요청할 수 밖에 없다. 당장 단속하겠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계속 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다른 후속조치가 따르게 된다.

* 담당 실무관은 공문으로 인해, 니오티에서 해당 게시판을 폐쇄한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었다.

Q) 심의를 받으려고 해도 심의 비용이 너무 비싸다-라는 의견도 있다.

A) 상대적으로 느껴질 것 같다. 실제 사용하는 비용에 비하면 비싸지는 않다. 그것도 심의 수수료 규정 따라 정해진 부분이다.

Q) 이런 단속을 하려면, 학생이나 개인에겐 뭔가 대책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A) 법에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서 어쩔 수 없다.

Q) 인디게임에 대한 단속이 향후 게임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지는 않을까?

A) 게등위는 게임 산업 진흥을 목적으로 하는 기관은 아니다. 그런 배포를 놔둬야한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이번에도 그렇듯이 이런 배포는 문제 있지 않냐고 신고하는 분들도 존재한다. 우리는 사행성 게임이 횡행하는 것을 막고 청소년을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다.

Q) 그래도 이용자들의 불만이 실제로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면, 어떤 대책을 준비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A) 오픈마켓등에 관련된 법률 개정안이 올라갔는데 아직 … 당장 어떤 제한을 풀자고 하기엔, 한국은 사행성 게임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인디게임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도 아직 내려져 있지 않다. 장기적으론 자율 심의로 가야하겠지만, 현재 게등위에서 어떤 대책을 준비하기는 어렵다.

변화된 시대, 따라가지 못하는 법안

사실 이번에 인디게임 문제로 인해 이슈로 커지긴 했지만, 스마트폰과 오픈마켓(앱스토어) 등장이후 게임 심의에 대한 불만은 이미 팽배해져 있는 상황이다. 말 그대로 법이 현실의 발목을 잡는다고나 할까. 이 심의 규정으로 인해 구글과 애플은 한국에서 게임 판매를 하고 있지 않다.

인디게임 규제를 반대하는 쪽 입장은 명백하다(링크). 인디 게임에 대한 사전 심의는 게임 제작자가 어떻게 태어나는 지를 전혀 모르는 조치라는 것.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가 있다는 것.

그리고 이런 조치가 실제로 미래 게임 제작자들의 싹을 짓밟아 버릴 수도 있으며, 유저에 의해 만들어지는 게임 컨텐츠, 다시 말해 UCC 게임 콘텐츠를 아예 박살내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 법이 시대를 못따라가도, 한참 못따라간다는 말이다.

반면 게임심의를 찬성하는 측의 입장도 명백하다(링크). 바다 이야기 사태가 한번 벌어졌던 나라에서, 온라인 도박 게임 사이트가 나날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청소년 보호를 위해서라도 게임 사전 심의는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오픈 마켓에 한해 자율등급을 매길 수 있도록 하는 게임법 개정안(링크)은, 청소년의 야간 게임 시간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청소년 보호법과 상충한다는 이유로 반려된 상황이다.

▲ 해외 인디 게임 제작자, erin(출처)

인디게임에 대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결국 발상을 반대로 되돌려야 한다. 사행성 게임, 게임 중독 같은 문제는 분명히 대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비영리 인디게임, 아니 기존 제작형식에서 독립된 ‘인디 게임’ 자체는 한국 미래(..거창하다)를 위해서라도, 오히려 장려해야할 대상이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결코 언더그라운드가 없이 존재할 수 없다.

헐리우드를 지탱하는 것은 블록버스터 만이 아니다. 그 뒤에는 수많은 B급 영화와 독립 영화들을 위한 무대가 존재한다. 언더그라운드 음악없이 대형 기획사들이 만들어내는 아이돌만으로 음악시장을 성장시킬 수도 없고, 오프 브로드웨이 없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한 축인 ‘새로움’은 대부분, 언더 그라운드에서 피를 수혈받는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법안도 이름은 ‘게임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이지 않는가. 그렇다면 어차피 새로 올려야할 게임법 개정안에 새롭게 규정을 만들고,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합당하다.

최문순 의원의 독립영화 지원책(링크)처럼, ‘인디 게임’에 대한 정의를 내라고, 일정 기준에 따라 심의를 면제하며, 문화산업 진흥기금의 일부라도 지원하는 정책을 법에 명시해 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아직은 갈 길이 멀다. 몇달전 반려된 게임법 관련 개정안조차 국회의원에 따라 여러가지 주장(링크)을 담고 있던 상황이다. 그렇다고 이 상황을 마냥 방치해서는 안된다. 아니 애시당초, 유저 제작 게임 콘텐츠가 처음부터 막혀버리는 상황은 지구상에서 거의 볼 수 없는 상황이다.

관련자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라는 흔해빠진 문구로 글을 마쳐야하는 것이, 참, 싫다.)

* YTN 매거진 방송 내용으로 쓰기 위해 취재했으나, 아쉽지만 방송원고로 쓰지는 않을 예정입니다.

* 「인디 게임에 자유를」글에 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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