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 K, 김지수가 떨어지니 마음이 헛헛하다

1. 대학 1학년때 활동했던 동아리가, 대학연합음악써클 ‘우리’란 곳이었다. 그때 한 선배가 SBS 신인가요제에 나갈 곡을 쓰고는, 나보고 가사를 붙여오라고 했다. 시는 썼지만 노래 가사는 써본 적이 없어 몇날 며칠을 끙끙대다, 결국 하나를 완성하지 못하고 세 개를 써서 들고 갔었다. 다시 연습실에서 만난 날, 곡을 준 선배와 노래를 부를 선배 앞에 앉은 나는 바짝 쫄아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첫 번째 가사를 넘겨받은 여선배가 가사를 넣으며 노래를 부르는데, 작곡한 선배의 얼굴이 점점 찌푸려진다. 노래 가사라기 보다는 시였던 탓이다. 선배가 내게 가사를 넘기더니 나보고 불러보라고 한다. 땀 삐질 흘리며 부르는데, 선배가 묻는다. 너는 그걸로 노래가 되냐고. 할 말이 없었다. 다음 가사를 넘겨받은 선배는 그제야 좀 얼굴이 풀리더니, 결국 두번째와 세번째 가사를 적당히 다시 편집해 노래를 완성 시켰다.

…그날 이후 몇년동안, 다른 사람 앞에서 평가를 받을 일이 생기면 조금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는 했다. 남에게, 그것도 공개적으로 평가받는 다는 그런 것이었다. 말 한 마디에 내 가치가 땅으로 꺼지고, 말 한 마디에 내 가치가 하늘로 오르는 일. 누가 내게 못생긴 꽃이라 부르면 못생긴 꽃이 되고, 예쁜 꽃이라 부르면 예쁜 꽃이 되는 일. … 몇년이 지나야 겨우 벗어날 수 있었던 트라우마.

2. 오늘 인터넷으로 슈퍼스타K를 보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김지수가 떨어졌다. 슈퍼스타K 심사에 대국민 문자투표 점수가 절대적인 탓이다. 원래는 당연히 강성윤이 떨어지리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말 예상못한 반전이 생겨버렸다. 오늘따라 예전보다 못한 모습을 보여줬던 탓도 있으리라.

…그런데, 그 사람이 떨어졌는데, 왠지 내 속이 다 허전하다.

사실 이쁜 이미지는 아니었다. 착한 척하는 타입이라기 보다는, 조금 건들건들 거리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악재도 겹쳤다. 욕설 합성 이미지를 비롯, 팬카페 후원금 먹튀 문제까지 논란 거리가 많이 불거지기도 했다. 그것도 자기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재수가 굉장히 없었다고나 할까. 아니면 때를 아직 못만났다고나 할까.

하지만, 실력만큼은 확실했다. 단순히 실력만 놓고 본다면, 슈퍼스타K 탑6중 단연 탑이라고 말해도 좋았다. 연습 없이 명동 한복판에서 달랑 혼자 거리 공연하라고 던져 놓았을 때, 남았던 탑6 중에서 그게 가능한 사람은 김지수와 장재인밖에 없다고 말해도 좋다. 그래서 그 녀석(..얼굴값만 보면 도저히 이 표현이 안나오긴 하지만..)..이 맘에 들었다.

그다지 쿨-한 타입은 못되지만, 세상 어디에 던져놔도 살아놓을 것 같은, 그런 녀석. 적당히 비겁하고 적당히 아부할 줄 아는, 눈 앞에서 침뱉고 욕먹고 비난 받아도 헤헤-하면서 적당히 웃어넘기는 처세도 배운 적 있는, 그러면서도 자기가 들고 있는 기타는 절대 놓치 못할 것 같은, 그런 녀석. 딴 건 몰라도 자기가 가진 재주 하나만큼은 누구 앞에도 내세울 수 있는, 그런 녀석.

그런데 참 재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다. 우리 같은 사람들에겐, 돈도 빽도 없으면서, 운까지 따라주지 않으니까… 하루이틀 일도 아니고, 늘상 그래왔으니까. 이쁘지 못한 사람들은 어쩔 수 없다. 똑같은 실수를 해도 누군 괜찮다-하는데 누군 욕을 먹는다. 하루 이틀일인가. 괜찮다. 괜찮다.

3. 됐다. 그만하면 잘했다. … 라고 말하면서도, 마음은 여전히 허하다. 여기까지 온게 어딘가, 그래도 실력은 인정받았지 않은가, 이만한 기회를 잡은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 않은가-라고 말하고 싶은데, 참, 헛헛하다. 그래도 참 독한 녀석이다. 떨어진 와중에도 눈물 한 방울 안보이더라. 속으로 욕하며 억울한 마음 들 것도 같은데, 애써 내비치지 않더라.

그래도 괜찮다. 이만해도 나쁘진 않다. 그렇다고 어디 불러주는 사람이 생길까…싶다만. 그래도 그게 어딘가. 어떻게 되더라도 음악해야지. 그런 마음으로 제주 예선까지 달려 내려간 것 아닌가. 잘했다. 언젠가는 앨범도 내고, 거리에 빵빵 니 노래도 울려퍼지게 해야지. 그래야지. 그게 언제가 됐건, 가진게 몸뚱아리 하나밖에 없는 사람들은, 질겨져야 한다. 내 안에 있는 한가지로 만가지 마음을 물리쳐야 한다.

…그래도. 허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장재인과 김지수의 협연을 다시 보고 싶었다. 신데렐라를 편곡해서 불렀을 때 보여준, 그 파하-하는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었다. 당분간 그를 볼 수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쉽다. 그렇지만 다음엔, 더 멋진 모습으로, 지금 체중 그대로 유지하면서 -_-; 다시 돌아오기를 바란다. 이만한 무대를 경험해 본 것도 나쁘지 않다. 이만큼 세상 경험해 본 것도 나쁘지 않다. 괜찮다. 잘했다. 참 잘했다.

* …절대 얼굴이 닮아서 헛헛해 하는 것이 아닙니다.(응?)
얼굴 크고 목 짧은 사람들에게 다 감정이입했다가는 저 세상 오래 살기 힘들거에요.. (응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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