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가 오면 제발 길을 비켜주세요

1. 김주하님이 리트윗한 내용을 읽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아직까지 구급차에게 길을 비켜주지 않는 분들이 계셨나요?

그런데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생각 이상으로 구급차에 길을 비켜주지 않는 분들이 많은 모양입니다. 구급차에 대한 불신이 어느 정도 극에 달해있다-라고 생각해도 좋을 정도네요. 이런 분위기를 만든 것에는, 구급차 운전기사 분들의 잘못도 분명히 있습니다. 장의차량이 구급차량으로 불법 영업을 한다거나(링크), 일이 없는데도 싸이렌을 울린다거나, 그밖에 다른 불법 운행 행위로 처벌을 받는 경우를 종종 보곤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그런 일이 있다고 해도, 여전히, 구급차에게 길을 비켜주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누군가 한 명의 잘못때문에, 전체를 의심하는 것은 정당한 일이 아닙니다.

▲ 응급환자 이송은, 가족들에겐 피가 마르는 일입니다(출처).

2. 8년전 이야기입니다. 간성혼수에 빠지셨던 아버지를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강남 성모병원으로 이송했던 일이 있습니다. 저는 그 차에타고 있지 않고 어머니가 타셨는데, 병원에 도착하신 어머니가 눈물 글썽하신 목소리로 말씀하십니다. 구급차 운전기사가, 아버지 간성혼수로 계속 발작을 일으키고 계시는데, 싸이렌도 울리지 않고 계속 운전하더라고.

어머니는 굉장히 화가 나셨는데, 저는 겉으론 달래드리면서도, 속으로 어쩔 수 없잖아요-라고 되뇌이고 있었습니다. 사이렌 사용에도 규칙이 있고, 그런 것은 정말 위급한 상황에서만 사용해야하고, 그것을 지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알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은, 아니 대부분의 분들은 법규를 지키며 운전하고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리고 그런 응급이송 시스템을 통해 많은 환자가 도움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어찌되었건, 어떤 핑계건, 구급차의 이동시 양보하지 않는 것은, 정당한 행동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뻥쟁이 구급차가 많고, 사기치는 구급차가 많다고 하더라도- 그건 그에 대해 책임지울 방안을 강구할 일이지, 구급차 운행에 도움을 주지 않는 것을 합리화할 수는 없습니다. …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함께 살아가야할 세상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3. 물론 저는 모세의 기적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운전자분들이, 기꺼이 구급차에 길을 양보해주고 있다고도, 역시 믿고 있습니다. 10년전, 동호대교에서 본 일입니다.

버스를 타고 옥수동에서 동호대교로 진입하는데, 토요일 오후라 차량이 엄청나게 막혔습니다. 버스가 동호대교로 진입하는 진입로 위에서 꼼짝도 안하고 서있을 정도였으니까요. 책도 안가지고 나왔고, 스마트폰도 없던 때라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고 있는데, 동호대교 북단터널쪽에 앰뷸런스가 한대 나타났습니다.

속으로 ‘이 와중에 저 구급차 어떻게 지나가려나-‘하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동호대교 북단에서 꼼짝도 못하고 싸이렌만 울리고 있었습니다. 그러길 한 1~2분하고 있었을까요. 눈을 깜짝 놀라게 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앰뷸런스 앞에 있던 차량부터 양옆으로 붙으며 길을 만들기 시작하더니, 동호대교를 가득 메우고 있던 차량들이 두쪽으로 갈라지며, 한 가운데 길을 만들어주고 있었습니다….

그날의 기억은, 지금도 제게 작은 감동으로 남아있습니다.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날 줄도 몰랐지만, 운좋게 버스가 진입로에 멈춰-_-있었던 바람에 위에서 갈라지는 장면을 지켜봤던 탓도 크겠지요. 그래도.. 정말 놀랐습니다. 그때 일은 제게, 여전히 이 나라에 희망을 가지게 만들어주는, 하나의 밑바탕입니다.

…뭐, 그 앰뷸런스 뒤로 졸졸졸 따라붙는 몇몇 차량들을 보면서 어이없어서 헛웃음짓기도 했지만 말입니다.

그런 기적이, 자주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세계 최고의 주차 실력을 자랑하는 한국 운전자들이라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믿습니다. 그런 기적을 보여주세요. 구급차가 지나가면, 꼭 길을 만들어주세요. 정말, 정말로 부탁드립니다.

* 무리하게 도로를 2차선에서 3~4차선으로 확장하는 바람에, 도로폭이 좁아 길을 만들 수 없는 도로가 꽤 된다고 합니다. 그런 길은 정책 차원에서 해결해 주기를 희망합니다.

* 법제화 문제에 대해선 아직 생각을 정리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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