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똑딱이 사진에라도 한번 미처보았느냐?

이 책은 똑딱이로 찍는 사진에 미친(?) 어느 한 사진가의 이야기다. 사실 책에서 말하는 것은 단순하다. “어떻게 찍을까보다 무엇을 찍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이 책은, 요즘 사진책과는 다르게, 어떻게 어떻게 찍으면 이렇게 찍을 수 있다는 이야기는 별로 없다. ND 필터를 사용해 장시간 노출로 찍어봐라- 정도가, 이 책이 전하는 사진찍기 노하우의 전부다.

…하지만 책을 보고나면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명품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라는 것을. 이 책에 담긴 사진은 정말 똑딱이로 찍은 것 같지 않다. 정말 어느 평론가의 말처럼, 기다리고 또 기다린 끝에 얻어진 사진들이란 것이, 그냥 들여다보인다.

물론 처음부터 정민러브님(이 책의 지은이)이 똑딱이 예찬자가 된 것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생활의 어려움이 똑딱이를 사용해 사진을 찍게 내모는 바람에 시작한 사진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가볍게 시작한 취미가, 남들에게 무시당한다. 무시 당하는 속에서 오기가 생긴다. … 은근히 많은 예술가들이, 작품이, 실은 이렇게 시작한다.

오기로 시작된 사진 생활은 인터넷을 통해 점점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 시작하고, 그러면서 다시 사진을 찍는 힘이 생긴다. 거기서 끝났다면 숱한 인터넷 사진 작가들과 비슷하게 끝났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사람은, 똑딱이로 인해 얻게되는 장점을 받아들이고, 거기에 덧붙여 단점까지 장점으로 만들어 버린다.

기다림과 고민과 또 기다림으로.

원하는 사진 한 장을 얻기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것. 흔들리지 않는 것. 사실 그래서, 이 책은 똑딱이로 쉽게 좋은 사진을 찍는 법-같은 종류의 책은 아니다. 오히려 똑딱이를 통해 사진을 찍으면서, 거기서 건져 올린 사진에 대한 성찰의 기록이다. 사진 잘 찍는 친구와 함께 하루정도 여행하면서, 사진을 배우는 기분으로 읽게 되는 책.

▲ 이걸 똑딱이로 찍었습니다.

쉽게 읽혀지는 책이지만, 이 책에 담긴 메세지는 이 책에 담긴 사진들을 다시 한번 곰곰히 들여다보게 만든다. 가볍지만 나쁘지 않은 책이다. 처음 사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된 분들, 이제 막 사진을 찍으며 사진맛을 알아가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당신의 똑딱이도, 얼마든지 좋은 붓이 될 수 있으니, 어떤 것을 그릴 지를 먼저 생각해 보라고. 당신이 좋아하는 것, 당신이 소중히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라고.

…물론, 장비병의 90%는 좋은 사진에 대한 열망보다 그저 지름신의 가호를 받았을 뿐이라고, 본인은 굳게 믿고 있지만.

* 그나저나, 정말 똑딱이를 이용해 찍은 사진이라고 믿겨지지 않는 사진이 몇 장 있다.

* 아쉬운 것은, 사진책을 통해 사진을 배우라-라고 말하면서도, 막상 사진을 읽는 법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는 것. 거기에 하나 더 덧붙이자면 실전 노하우가- 일부러 그런거야? 하고 생각될 정도로 – 현저히 부족하다. 심지어 자신이 어떤 카메라를 쓰는 지 조차 말해주지 않는다. 세상에 ND 필터를 쓸 수 있는 똑딱이가 몇종류나 되냐구요!!

나는 똑딱이 포토그래퍼다 –
안태영(정민러브) 지음/한빛미디어

* 사진을 즐기는 방법에 대해 알고 싶다면 오히려 아래 책을 권한다. 이자와 고타로의 사진을 즐기다. 썩 쓸만한 책이다.

사진을 즐기다 –
이자와 고타로 지음, 고성미 옮김/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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