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밤, 오늘 당신에게도 광기가 내려꽂힌다(+이벤트)

7년의 밤 –
정유정 지음/은행나무

새벽 2시,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와, 아무 생각없이 책을 잡았습니다. 정유적 작가님의 신작, 「7년의 밤」입니다. 원래 계획은 이랬습니다. 오늘은 일찍 자자. 그러려면 컴퓨터를 키지 않아야 한다. 대신 책을 잡고 읽다가, 그냥 잠들자. 마침 책도 읽다지쳐 자기 좋게 생겼습니다. 500페이지 짜리 장편 소설입니다.

…그리곤 밤을 새버렸습니다. 다 읽고나서 시계를 보니 아침 6시반. 4시간 반동안 꼬박 붙잡고 앉아있었네요.

사실 읽고나서 기분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뭔가 으스스 했어요. 이렇게 무서운 책 별로 읽고 싶어하지 않는데, 이야기의 마수에 빠져 꼼짝없이 앉아있어야만 했습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7년전에 일어났던 어떤 사건의 관계자들이, 차근차근 그때를 복기하며,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진실은, 언제나 우리가 알고 싶어하지 않았던 것. 아닐거야. 뭔가 다른 것이 있을거야-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부정되는 순간, 마음은 꽤 무거워 집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영화 ‘마더’를 많이 닮았습니다. 마더와 다른 점이 있다면 좀 더 극적이고, 마치 작은 모래 상자에서 시뮬레이션 하는 것처럼, 사람들이 연극이라도 하는 것처럼, 정해진 역할을 수행하며 이야기를 끝으로 몰고 간다는 것 정도.

“나는 카메라 플래시를 받으며 서 있었던 열두 살 이래로 허둥댄 적이 없다. 소년 분류 심사원에 다녀온 후부턴 분노하지도 않는다. 누군가 호감을 표해와도 관계에 대한 기대를 품지 않는다. 그러므로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는다. 안다. 놀라면 허둥대야 정상이다. 모욕당하면 분노하는 게 건강한 반응이다. 호감을 받으면 돌려주는 게 인간적 도리다. 내 또래 아이들은 대부분 그렇게 산다. 아저씨는 나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나느 그 문장에서 ‘그렇게’를 떼어내라고 대꾸한다.

나도 살아야 한다. 그러려면 당황하고, 분노하고, 수치심을 느끼고, 누군가에게 곁을 내줘서는 안된다. 거지처럼 문간에 서서, 몇 시간씩 기다려서라도 일한 대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세상을 사는 나의 힘이다. 아니, 자살하지 않는 비결이다.”

– p 28~29

잘 취재된 이야기의 매력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뭔가 작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냄새가 폴폴 풍김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에 빨려들어가게 되는 것은 오롯하게 취재의 힘입니다. 작가는 자세한 취재를 통해 인물들의 행동에 디테일을 부여하고, 가짜로 만들어진 공간이 진짜로 존재하는 것처럼, 가짜로 존재해야 마땅한 인물이 실제로 존재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살려냅니다.

나뭇개비를 쌓아서 하나하나, 모형 세계를 만드는 것 같은 느낌으로 구축된, 작은 폐쇄 공간.

때문에 광기에 가득찬 악마 하나를 제외하면, 지금 우리 옆에 앉아있다고 해도 괜찮을 정도로 사람들이 이 소설 속에서 숨쉬고 말을 하고 살아갑니다. 조금은 남루하고 비참한, 속으론 다들 살짝 맛이 갔지만 겉으론 멀쩡한, 얇고 부서지기 쉬운 일상을 구성하는 사람들이. 다만 다들 머리가 비상하게 좋은 편이라서 -_-; 이 소설 주인공들은 다들 탐정인가..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리고 몇 가지 생각지도 못했던 사건들이 이어지며, 사건은 무서울 정도로 결말을 향해서 달려갑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동안 일어나는 여러가지 것들이, 눈에 보이는 것처럼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어쩌면 섬뜩한 광기가 당신에게도 내리 꽂힐 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멀쩡하고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당신에게도 숨어있을 그런 것들이.

추리 소설이나 무서운 것을 싫어하는 편이라면, 읽는 내내 괜히 읽었어-하면서 끝까지 읽어야 하겠지만요.

… 예, 제가 그랬습니다. (젠장 ㅜ_ㅜ)

당신에겐 현실을 직시할 용기가 있습니까

솔직히 이야기 구조는, 작가의 전작인 「네 심장을 쏴라」와 비슷합니다. 타의에 의해 외딴 곳에 갇힌 거나 마찬가지인 주인공이 있고, 그 공간에서 여러가지 사건을 겪습니다. 그리곤 외면하고 있던 불편한 진실이 점점 꼴을 갖추게 되고, 주인공은 그 현실을 직시함으로써 세상을 다시 ‘살아가게’ 됩니다.

다만 전작이 조금 착한 이야기에 가깝다면, 이번 소설은 극단적인 인물과 사건을 통해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강하게 끌어당겨버립니다. 굳이 따지자면 추리물과 액션물, 그리고 성장소설의 가운데쯤 자리잡고 있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이야기의 재미만은 확실합니다. 전작이 초반부 조금 지리한 배경 설명에 인내심을 필요로 했다면, 이번 작품은 사건의 중심으로 단숨에 독자를 몰아갑니다.

조만간 영화화 된다고 하는데… 과연 어떤 영화가 나올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다만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는 한 명쯤 더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건 전작부터 묘하게 맨날 남자들끼리 ‘버디’가 되어서 치고받고 사건을 일으키는 이야기만 쓰시니… 가끔은 아드레날린말고, 페로몬도 필요하단 말입니다!!

* 아예 이번 기회에, 「7년간의 밤」 작은 이벤트를 하나 준비했습니다. 요즘 추세에 발맞춰 통크게, 10분에게 「7년간의 밤」을 보내드리려고 합니다. 조건은 리뷰? 아닙니다. ^^ 그런 것은 많이하니 다들 식상할 것 같고.. 책을 읽고나서, 이 소설을 내가 ‘영화’로 만든다고 가정했을 경우, 누구를 캐스팅해서 영화를 찍고 싶은 지… 에 대한, “가상 캐스팅” 포스팅을 하나씩 써주시면 됩니다.

책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상당히 많은 조합이 가능합니다. (응?) 특히 남성 캐릭터 -_-; 천지에요… 남 주인공(18세), 아저씨(38세, 특수요원 출신 글쟁이), 아버지(전직 야구선수 출신 보안팀장), 악덕 의사(변태), 의사 마누라, 의사 딸, 주인공 어머니(…설정상 독하고 매력없는 캐릭터), 주인공 어머니 동생, 순경, 진료소 의사, 관리원 할아버지, 노땅과 신참 형사 콤비, 기타 등등…

밑에 비밀 댓글로 블로그 주소, 휴대폰 주소와 함께 책을 읽고 싶은 이유를 적어주시면, 10분을 추첨해서 책을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이벤트 기간 : 2011년 4월 7일 목요일밤 12시까지 신청 받습니다.
  • 조건 : 책을 읽고나서 가상 캐스팅하는 포스팅을 하나씩 써주시면 됩니다.

그럼, 많은 참여 부탁드리겠습니다!

* 책에 대한 다른 리뷰는 아래를 클릭하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그런데 다들 글 제목이 소설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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