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스튜디오 – “우린 여자도 아니야”

소셜로 부활하는 ‘사랑의 스튜디오’가 성공하려면

듀오와 KT 가 여는 소셜미팅파티가 오는 13일 저녁 7시 30분부터 두 시간 동안 SNS를 통해 중계된다고 합니다. 사실 일반적인 5 대 5 미팅 파티 같은데, 다른 점이라면 ‘중계’된다는 사실뿐. 그리고 중계를 본 사람들이 나누는 이야기가 미팅 참가자들에게도 전달된다고 하네요. 현장은 KT 올레온에어-를 통해서 생중계로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나저나, 유명인들도 아닌데, 참여하는 분들 꽤나 부담스러울 듯.

듀오에서 밝힌 이번 파티의 컨셉은 예전에 방영됐던 ‘사랑의 스튜디오’입니다. 요즘 방영되는 ‘짝짓기’ 프로그램 들의 원조라 불러도 마땅한 프로그램입니다만… 예전에는 녹화방송이었던 것에 비해, 이번에는 생방송. 게다가 옆에서 참견하는(응?) 사람도 엄청많을 상황이 되었네요.

이거 1회는 어떻게든 진행될지 모르겠지만, SNS를 통해 참여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다음 참가자들의 부담감이 배로 늘거나 줄어들거나 하겠네요. 하기야 정말 좋은 사람 만나러 나오는 분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예전 사랑의 스튜디오도, 실제 결혼하거나 연애에 성공한 커플들은 대부분, 그 이후 ‘사랑의 스튜디오 출연자 동호회’를 통해 맺어진 것으로 알고 있…)

개인적으로, 빠진 것이 하나 있다면, 일종의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남들 미팅을 소셜로 중계한다고 한들, 그게 소셜미팅일까-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있구요. 제대로 소셜미팅파티가 성공하고,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려면, 다른 장치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보통은 유명인들…을 배치하는 방법을 씁니다만… 요즘 시대에 그런 건 별로 맞지 않는 것 같고.

▲ 사랑의 짝대기, 기억하십니까?

그냥 아이디어 하나 내보자면, ‘강제 커플 결성권’ 같은 것이 있었으면 좋겠어요(응?). 그러니까, 보는 사람들이 가장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하는 남녀 커플에 대해 투표하면, 1위 커플은 개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커플이 되고, 사귄다-는 좀 너무하니까, 하루 데이트를 해야 하는 겁니다(으하하).

아니면 ‘강제 커플 커팅권’-도 괜찮겠네요. 아무리 둘이 호감이 가서 잘 맞는다고 해도, 시청자들이 쟤들인 절대 안돼! 라고 선정한 커플 한쌍은 절대 맺어질 수 없…(으하하). … 사실 이 재미란 것이 보는 사람에게나 재밌는 참가자들에게는 별로 재밌는 일이 아니겠지만..

아무튼 의견 전달-정도면, 그저 질문 몇개 받아서 던지는 정도면, 별로 재미없지 않을까-싶어요. 재미있는 SNS 채널 프로그램으로 살아남고 싶다면, 그 정도 재미는 넣는 것이 어떨까-하는 생각입니다. 아니면 X맨이나 나쁜 남자, 나쁜 여자라도 한 명씩 투입하시던지요…

하, 이거 아무래도, 케이블 방송만 줄창보다보니, 사고가 케이블식으로 굳어지는 것 같아서 두렵습니다..ㅜ_ㅜ

* 쓰고나서 재밌는 글을 하나 찾았습니다. 당시 MBC ‘사랑의 스튜디오’ 작가들의 섭외 애로사항이 절절히 묻어나는 글이랍니다. 출처는 MBC가이드 1994년 12월호 입니다.

「사랑의 스튜디오」- “우린 여자도 아니야”

글 김영현 구성작가

「사랑의 스튜디오」는 유난히 뒷이야기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어떻게 섭외했어요?” “진짜 녹화 전엔 못 만나요?” “커플이 된 사람은 잘 만나고 있습니까?” 등등. 하긴 젊은 남녀가 커플이 되는 과정을 엿보듯 지켜보았으니 뒤를 캐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사랑의 스튜디오」작가진은 네 명의 미혼 여성이다. 그리고 섭외는 이 네 명의 투덜거림으로 시작된다. 그것은 평소에는 듣도 보도 못한 간드러진 목소리로 신청자들을 설득하다 보면 저절로 한탄이 나오기 때문이다.

섭외는 여러 경로로 진행된다. 신청을 받기 전엔 제일 흔한 방법이 기업 홍보실을 통한 것이었다. 기업의 입장에서야 훌륭한 사원이 나가서 회사를 빛내면 좋은 일이므로 적극적이다. 이 경우, 이성을 사귈 수도 있다는 목표 외에 다양한 이유로 나온다. 우선 ‘이 한 몸 구겨져서 회사가 잘 된다면’ 파다. 이런 출연자들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탱크처럼 한다.

다음은 ‘쇼킹한 경험’ 파다. 아무리 보아도 내성적이고 재주라고는 배시시 웃는 것밖에는 없는 분들이 의외로 많이 나온다. 이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면 ‘제 정신이 아닌 상태로’ 또는 ‘획기적인 계기로 변신을 꾀하고 싶어서’ 이다. 이분들은 짜릿한 경험에 매우 즐거워하며 장외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장외=녹화 이후의 뒤풀이)

프로그램이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는 직접 신청이나 PC 통신 천리안을 통해서 출연 신청을 받고 있다.신청자들 중에는 당당함 그 자체인 신세대들도 있지만, 60년대풍의 미담형도 있다.

그 에피소드 하나.

“우리 생물 선생님이 너무 괜찮거든요. 요즘 가을을 타시는지 너무 쓸쓸해 보여요. 전화를 하시면 처음엔 당황하시겠지만 계속 설득하면 나가실 거예요. 선생님을 꼭 출연시켜주세요.”

물론 이외에도 잡지란 잡지는 다 뒤져서 발탁하는 경우도 있다. 한번은 동료들끼리 일을 끝내고 통닭을 먹으러 간 적이 있다. 때마침 일을 끝내고 술 한잔을 하러 온 럭키금성의 사원이 우리 눈에 확 띄었다. 그때부터 우리는 사춘기 소녀들처럼 흘낏흘낏거리다 마침내 용기를 내어 뚜벅뚜벅 다가갔다.

“저 혹시 결혼하셨어요?”

결국은 그 다음날 점심까지 사주고, 십여 차례의 전화를 건 뒤에야 출연시킬 수 있었다. 일이 성사된 뒤에 터져나온 불평 한마디. “우린 여자도 아니야.”

이렇게 일이 되는 때는 그래도 낫다. 온갖 아양과 협박에도 안 넘어가는 경우나 갑자기 회사에 일이 생겼다며 잠적할 때는 정말 난감하다. 더 난처한 일은 같은 회사에서 여러 명이 신청했을 때나 친구가 같이 신청했을 때 보통 한두 명만 뽑아서 출연시키므로 나머지 신청자를 취소하는 일이다.

하지만 제일 난처한 경우는 녹화가 끝난 뒤다. 어렵게 섭외를 해서 출연을 시켰는데 아무에게도 선택을 못 받았을 땐 정말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다. 그래도 그들은 젊다. 또 당당하다.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그날의 경험을 함께 나눈다.

뒤풀이에서는 지난주의 출연자들이 참여해 더욱 풍성한 대화를 나누고, 긴장이 풀어진 출연자들은 비장의 장기를 꺼내가며 한껏 즐거움을 나눈다. 그래서 방송상으론 맺어지지 않은 장외 커플이 이곳에서 탄생하기도 한다.

그럼 우리의 섭외 전사들은 여기서 무얼 할까? 물론 그동안 친해진 출연자들과 사랑과 일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술도 마신다. 그리고 이 말을 잊지 않는다.

“그것 보세요. 나오길 잘했죠? 그런 의미에서 친구 좀 소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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