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의 성공 뒤에는 어린 시절 선생님이 계셨다

책을 읽다 그동안 조금 궁금했던 점이 하나 풀렸다. 바로 어린 시절 스티브 잡스다. 그가 살아왔던 세월을 돌이켜보면, 그가 성장한 배경이나 그가 했던 일들을 생각해보면, 그는 실리콘 밸리가 아니라 깡패…가 되어도 하나 이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부모는 가난했으며, 똑똑했으나 괴짜였고 숱한 사고를 쳤던 어린 스티브를 따뜻하게 품어줄만큼 넉넉하지는 못했다. 스티브 잡스는 열정적이었지만 나중에 애플을 나가 넥스트 스텝을 설립하며 고생하기 전까지, 여전히 수가 틀리면 자기 맘대로 때려치기를 잘하는 인간이었다.

 

그런 그가 어째서, 나중에 스티브 워즈니악을 만나 애플을 설립하고, 결국 지금의 신화를 이뤄낼 수 있었을까? 『아이콘, 스티즈 잡스』와 『아이리더쉽』을 읽다가 그에 대한 작은 힌트를 하나 발견했다(두 책은 윌리엄 사이먼이 공동 저자로 참여한 책이다). 바로, 초등학교 4학년때 만난 ‘테디’ 힐 선생님의 존재.

 

▲ 스티브 잡스, 10살때의 모습

 

어린 시절의 말썽꾸러기 성향과 고집은 안 좋은 방향으로 발전했다. 스티브는 품행이 불량하고 선생님에게 자주 대들었으며, 스스로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 숙제는 아예 손댈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스티브는 여러차례 정학을 당했다. 스티브 자신은 이렇게 말했다. “학교 생활이 너무 따분했다. 난 다루기 힘든 골칫거리로 변해갔다.”

 

스티브는 교실에서 폭발물을 터트리거나 뱀을 풀어 놓는 짓에 앞장섰다. … 다른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데서 자부심과 만족감을 느끼는 듯한 이런 말투는 스티브의 됨됨이에 대한 또 다른 단서다. 나중에 그가 결국 퇴학을 당한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그러나 스티브는 곧 4학년 선생님 이모진 ‘테디’ 힐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그녀가 그의 생활을 바꾸었다.

 

“선생님은 내 삶의 성자들 가운데 한 분이었다. 4학년 상급반을 가르치셨는데, 한 달 만에 나를 굴복시켰다. ‘숙제를 다 하면 5달러 주지’라고 말씀하시면서 내게 미끼를 던지셨다. 그 말씀이 내 안에서 뭔가를 배워야하겠다는 열정을 일으켰다.”

– 아이콘, 스티브 잡스 p 25

 

사실 이때 하던 짓이나 나중에 하는 짓이나 별로 다르진 않다. 그런데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는 악동. 과잉행동장애로까지 불리던, 반사회적이던 아이가 선생님을 통해 동기부여를 받고, 공부하는 법을 익히기 시작한다. 아마 스티브 잡스의 삶에서 그가 전적으로 굴복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지 않을까? 지금 보면 돈으로 학생을 꼬시다니! 하고 황당하게 여길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그는 스티브 잡스를 공부하도록 만드는데 성공한다.

 

힐 선생님은 그가 아주 총명하다는 것을 알아보고는 돈과 사탕과 카메라 제작 공구들을 뇌물로 이용하여 스티브를 공부의 길로 인도했다. 그러자 스티브는 매우 의욕적으로 자신의 카메라용 렌즈를 직접 갈아서 만들기까지 했다. 스미스소니언 협회의 구술 역사 인터뷰에서 스티브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학문적으로 평생 배운 것보다 그 1년간 배운 것이 더 많을지도 모릅니다.”

– 아이리더쉽, p196

 

▲ 결혼할 당시, 스티브 잡스

 

어린 스티브가 이때 처음 느꼈던 것은, 아마 어떤 존중받음-이었을 것이다. 누군가가 나를 나로써 인정해주는 것. 나에게 어떤 재능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 주는 것. 내게 재능이 있으니, 뭔가를 할 수 있을 거라고 부추겨주는 것.

 

물론 그 다음 삶이 평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스티브 워즈니악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하지만 힐 선생님이 없었다면, 스티브는 월반해서 크리튼던 중학교에 입학하지도, 쿠퍼티노 중학교로 전학가지도, 그래서 빌 페르난데스를 만나지도, 페르난데스네 집 건너편에 살던 스티브 워즈니악을 만나지도 못했을 지도 모른다.

 

….인생은 정말, 우리가 알 수 없는 곳에서 알 수 없이 흘러간다.

그리고 나중에, 스티브 잡스는 그때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하게 된다.

 

“저는 평등한 기회가 정말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 평등한 기회란 제게 무엇보다 좋은 교육을 의미합니다. … 우리는 이 나라의 모든 아이들이 좋은 교육을 받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지요.

 

… 만약 제가 4학년때 힐 선생님이나 다른 몇 분의 선생님이 안 계셨더라면, 저는 분명 감옥을 제 집 드나들듯 했을 겁니다. 저는 제 자신 속에 뭔가를 하려는 어떤 에너지가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릴 때는 약간의 궤도 수정이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 아이리더쉽, p197

 

그런 기회를 만나는 것은 운이다. 하지만 그런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은 누군가의 재능이고, 꾸준하게 준비하며 기다려온 힘이다. 이후 스티브 잡스는 운좋게 그런 기회를 몇 번 만났고, 몇 번은 놓치고, 몇 번은 크게 성공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아이리더쉽’에 대해선, 다른 글에서 다시 한번 다뤄보려 한다.

그리고 이건 우연히 발견한 부록.

 

▲ 1972년의 스티브 잡스…-_-;
iCon 스티브 잡스 –
제프리 영 외 지음, 임재서 옮김/민음사
아이리더십 iLeadership –
제이 엘리엇 & 윌리엄 사이먼 지음, 권오열 옮김/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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