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 포크스는 어떻게 저항의 상징이 되었는가

가이 포크스는 1605년, 영국에서 화약 음모 사건을 계획한 로마 카톨릭 혁명 단체의 구성원이었다. 영국왕을 폭약으로 암살하려던 이 계획은 밀고자에 의해 유출되어 실패했고, 사건의 실행을 맡았던 가이 포크스는 현장에서 체포되어 사형 당했다. 이 사건 이후 영국에서 카톨릭 교도는 더욱 배척당했으며, 매년 11월 5일을 가이 포크스의 날로 지정해 그를 조롱하는 축제를 벌이게 된다.

가이 포크스의 이미지를 암살에 실패한 얼간이에서 국가권력에 대항한 혁명가이자 무정부주의자로 바꾼 것은 2006년에 나온 영화, <브이 포 벤데타>였다. 그래픽 노블 <브이 포 벤데타>를 원작으로 삼았던 이 영화에서, 주인공이자 반체제 운동가 ‘브이(V)’는 가이 포크스의 가면을 쓰고 반체제 운동을 펼친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그저 가이 포크스를 소재로서 활용했을 뿐이었다.

가이 포스크가 저항 운동의 한 이미지로 만들어진 것은, 2008년 2월이었다. 4chan에서 만들어져 활동하고 있는 해커 그룹 애노미너스(Anonymous)는 당시, 사이언톨로지교-에 항의하는 시위를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애노니머스 회원들이 공공 장소에서 시위를 여는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고, 서로의 신원을 감춰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채택된 것이 바로, <브이 포 벤데타>에 나오는 가이 포크스 가면이었다.

▲ 당시 시위 현장을 보도한 로켓붐의 뉴스 화면

그들의 항의 시위는 언론에 보도되었고, 그 보도에는 가이 포스크 가면을 쓰고 나온 화면이 비춰줬다. 많은 사람들이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쓰고 익명으로 항의하는 모습이 비춰지면서, 가이 포크스 가면은 ‘악의 정부’에 대항하는 새로운 상징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그 흐름은 곧 재빠르게, 저항의 상징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퍼져나갔다. 2008년 7월, 한국 촛불 집회에서도 DVD프라임 주도로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쓴 사람들의 행진이 시작되었다.

▲ G20 정상회담 반대 시위에 등장한 가이 포크스

아이러니 하게도, 이런 확산은 몇가지 생각지도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 우선 가이 포크스 가면은 지금도 여전히, ‘애노니머스’ 그룹의 상징이다. 그들은 검열과 부패, 다시 말해 사람들을 자신들의 뜻대로 가지고 놀려는 거대 권력에 맞서려고 하는 자신들의 상징으로 이 가면을 쓴다.

이 가면 이미지에 대한 권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미디어 그룹중 하나인 ‘타임 워너’사가 가지고 있다. 애노니머스 그룹의 도움으로 인해 이 마스크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마스크중 하나가 되었으며, 타임 워너사의 기반 수익원중 하나가 되었다. 이 마스크는 배트맨과 해리포터, 다스베이더를 제치고 아마존닷컴에서 가장 많이 팔린 마스크이며, 연간 10만개 이상이 팔린다(다른 마스크는 연간 5천개정도가 팔린다. 개당 6달러 정도이니, 마스크 하나로 60만달러 정도의 매출이 발생하는 셈이다.).

<브이 포 벤데타>의 제작사 워너 브라더스는 이런 현상에 대해 공식적으로 논평하지 않았지만, 영화가 원작의 무정부주의적 색채를 탈색했다는 이유로 영화의 원작자이길 거부했던 ‘앨런 무어’는, 2008년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마스크가 저항의 상징으로 쓰이는 일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매우 기쁘다. 나에게 작고 따뜻한 빛이 되었다.”

■ 참고한 글

▲ …그런데 개인적으론 이 마스크가 더 좋음(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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