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안, 그 달콤쌉쌀한 날들의 기억 – 김기찬 골목안 풍경 전집

솔직히 책 값이 좀 비쌌다. 29,000원. 그래도 너무 사고 싶었다. 어찌할까 벼르다, 오늘 책방에 들린 김에 그냥 사버렸다. 김기찬 선생의 사진집 『골목안 풍경』전집-이야기다.

김기찬 선생의 사진을 처음 만난 것은, 꽤 오래전 들렸던 해외 신인 사진 작가들의 전시회에서였다. 그 자리에서 눈빛출판사 도서들을 할인해서 판매하고 있었는데, 그 가운데 몇권이 김기찬 선생의 골목길 사진집이었다. 워낙 이런, 오래된 기록 사진을 좋아하기에 망설임없이 샀다. 그날 이후 나는 김기찬 선생의 팬이 되었다. 작년에 열린 사진전에도 다녀왔다. 그가 찍은 골목길 풍경은, 그렇게 내 마음에 우주 돌멩이처럼 콕- 들어와 박혀버렸다.

사실 평론가 아저씨들처럼, 이러이러한 이유로 이러이러한 점이 좋다-라고 할 재주는 내게 없다. 본디 무엇이 좋아지는 것이 어떤 이유가 있어서겠는가. 그냥, 좋았다-라고 할 수 밖에. 그가 찍은 세상의 풍경이, 그 낯설면서도 익숙한 모습들이, 본디 우리 것이었던 어떤 것이 생각나, 가끔 마냥 들여다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고.

그가 찍은 세상은 참 작디작은 사람들의 세상이다. 구글 어스를 통해 들여다보는 그런, 넓디 넓은 세상의 풍경이 아니라- 내 옆집 사람, 지나다 마주치던 어떤 사람, 내게 사과를 팔던 사람, 뛰어가다 넘어지고도 꺄르르 웃고 다시 일어나 뛰어가는 아이들이 담긴 풍경. 그 세상이 바로 이 곳에 있었다는 증언과도 같은 사진. 십년전에, 이십년전에, 삼십년전에, 바로 당신이 있었던 그곳에, 사람이 살던 골목이 있었다는-

▲ 전집인 만큼 두께도 두껍다. 무려 600페이지에 육박한다.

작년에는 윤미네집이 나와 내 가슴에 남더니, 올해는 골목안 풍경 전집을 가질 수 있었다. 한권 한권 다 사모으려다가도 차마 여력이 닿지 않아 살 수 없었던 책을, 이렇게 손에 잡았다. 급하게 집에 돌아와 살펴보니 보지 못했던 사진이 여럿 보인다. 그중에 특히, 6부의 다시 찍기- 가 인상적이었다. 사람은 이렇게 나고, 크고, 살고, 사라진다….

옛 풍경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사람사는 풍경이 어떤 것인지 궁금한 사람들이라면, 여의치 않아도 사서 보기를 권한다. 하나 하나 들여다보며 그 풍경속에 빠져있다보면, 우리가 얼마나 많은 시간의 켜 위에 서 있는 지가 궁금해 질 지도 모른다.

사라, 두 권 사라(응?).
어떤 이들에겐 그래도 후회가 남지 않을 것이다.

기꺼이, 올해 내가 읽은 최고의 책의 자리에, 이 책을 올려놓는다.

골목안 풍경 전집 –
김기찬 지음/눈빛

* 이런 사진을 우리에게 남겨준 故 김기찬 선생님께, 진심으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선생님은 정말, 좋은 사진가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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