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원을 사로잡는 팀장의 이야기 – 우리 회의나 할까?

처음엔 뭐 이런 책이 다 있어?-라는 생각을 했다. 부제로는 ‘아이디어가 진화하는 회의의 기술’이라고 달려있지만, 이 책에서 배울 수 있는 회의의 기술은 초반에 친절히 정리해준 7가지가 전부다. 그 7가지는 아래와 같다.

1·회의에 지각은 없다. 10시 3분은 10시가 아니다.
2·아이디어 없이 들어오는 것은 무죄, 맑은 머리 없이 들어오는 것은 유죄.
3·마음을 활짝 열 것. 인턴의 아이디어에도 가능성의 씨앗은 숨어 있다.
4·말을 많이 할 것. 비판과 논쟁과 토론만이 회의를 회의답게 만든다.
5·회의실의 모두는 평등하다. 누가 말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말했느냐의 문제다.
6·아무리 긴 회의도 한 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7·회의실에서 나갈 땐 할 일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 이것은 다음 회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그리고 이 7가지는 책 속에선 몇가지 예외를 제외하면,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는다. 대신 이 책에선 TBWA라는 광고 회사의 제작팀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정리하고, 그래서 결국 성공시킨 4개의 프로젝트 – SKT의 현대생활백서, LG엑스캔버스의 엑스캔버스하다, SK브로드밴드의 See the Unseen, 대림 e편한 세상의 진심이 짓는다-가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했는 지를 주-욱 늘어놓는다.

그 과정에서 지은이가 말하고 싶은 것은 하나다. “아이디어는 번개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그럼? 아이디어는 회의가 낳는다!

아이디어는 회의가 낳는다

무슨 소리인가-할 사람도 있을 것 같다. 회의가 산모인가? 아이디어를 낳게? 그리고 본인도 책 안에서 분명히 얘기하지 않았는가. “그 분이 오셨어요~”하는 순간이 있다고. 그리고 몇몇 아이디어를 주도한 사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도 지은이는 꿋꿋하게 그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아이디어는 회의가 낳는다-라고.

간단하다. 아이디어는 재료가 아니라 음식이다. 번개치듯 번쩍이는 어떤 것을 붙잡았을 수도 있다. 그건 어렵게 구한 귀한 재료다. 하지만 어떤 재료라도, 맛있게 요리하지 못한다면 맛있는 음식이 될 수 없다. 구체화되지 않은 아이디어는 망상에 불과하다. 회의실은 그런 날것의 재료를 손에 든 요리사들이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주방인 셈이다.

결국 우리가 보고 있는 “멋진 아이디어의 광고”는, 날것인 컨셉을 수많은 요리사들이 요리조리 다듬어 훌륭하게 조리한 공동의 결과물이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말하는 것. 응? 무슨 소리냐? 라고 할 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요리는 함께 하는 거니, 좋은 재료가 있을 것 같으면 겁먹지 말고 일단 꺼내놓으라는 것이다. 어차피 요리는 함께할 터이니.

그 뿐만 아니다. 때론 진득하게 “농업인의 성실함’으로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야 할때도 있다. 카피를 쓴다면 출력했을때 손에 두둑한 ‘그립감’이 느껴질 정도는 되야하고, 몇장 찍어올까요?라고 묻는 포토그래퍼의 질문은 ‘무조건 많이!’라고 외칠 배짱도 있어야 한다. 글자 하나에 한 도시의 설계도를 (진짜로) 채워넣을 정도의 열정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누군가가 당신의 이름을 외치며 욕설을 날릴때마다, 작업의 완성도는 10% 정도씩 높아질 지도 모르니까. (응?)

▲ 이 광고 하나를 만들기 위해 날아간 욕이 몇개나 될지는
당신의 상상에 맡긴다

팀장은 중요하다.

다시 정리하자. 이 책은 4개의 성공적인 광고 프로젝트를 수행한 기록이다. 그 기록은 회의록-_-을 성실하게 작성했던 필자 때문에 가능했으며, 그 과정에서 보듯 아이디어를 짜내고 구체화 시키는 것은 팀원들이 서로 머리쥐어뜯으며 함께 노력한 결과물이다. 그런데 “모두 함께 만들었어요!”라고 열심히 외치는 구절 구절마다, 팀장의 숨결(오 마이 갓)이 느껴지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까?

확실히 아이디어는, 특히 아이디어를 구체화 시키는 것은 공동 작업이다. 그런데 그 공동 작업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당연히 리더가 있다. 얼마나 많은 카피라이터들이 팀장의 OK싸인을 받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지는 이 책만 봐도 분명히 알 수 있다. 결국 팀원들의 의지를 모으고, 그것이 나가는 방향을 결정하는 선장은 팀장이다. (여기서는. 제작팀의 이야기가 주축이니까)

어이없게도, 여기에 실린 4개 프로젝트의 진행과정을 읽으면서 팀장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가 크게 다가왔다면, 책을 잘못 읽을 것일까- 근데 이 팀장-박웅현 아저씨가 하는 짓이(?) 참 재밌다. 자세한 과정이야 내 알바 아니지만, 잘되간다 싶으면 딴지 걸고, 자기가 직접 써보고, 팀원들이랑 티격태격하는 것 같으면서도 동기를 부여하고, 아이디어의 꼴을 잡아간다.

사실 이 책 – 『우리 회의나 할까?』의 가장 큰 장점이자 약점이, 바로 이 리더의 존재다. 맨 위에 적힌 ‘회의의 7대 원칙’이 당연하면서도 공허하게 들리는 것도 어쩌면 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회의에 들어온 이들을 한 팀으로 묶어내는 것, 상사가 아니라 고객의 눈치를 보게 만드는 것, 안되면 채찍질하고 되면 희망을 불어넣는 것…. 이런 것들은 온전히, 좋은 리더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리더가, 여기에서는 왠지 당연하게 처음부터 존재하는 것-처럼 그려져 있다.

▲ 이래서 이 책은 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어쨌든, 마케팅이나 홍보, 광고쪽에 있는 사람들이 본다면 꽤 재미있을 책이다. 본의 아니게 뽑아먹을(?) 아이디어도 생각보다 꽤 많이 건졌다. 실제 광고 제작 진행이 어떻게 되는 지가 궁금한 사람, 흔히 말하는 크리에이터의 세계가 어떤지 ‘대충’ 궁금한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겠다.

챕터의 뒷부분에 수록된 실제 회의록(?) 역시 회의록 작성 형식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라면 볼만하다. 광고 동아리에 있거나 광고계를 꿈꾸는 학생이라면…. 반드시 읽어두면 좋겠지만, 참 아름답게 미화(?)됐다는 것은 반드시 염두에 두길 바란다. 그래도 읽고나면, 왠지 반드시 광고업계에 들어가야겠다는 꿈을 꾸게 될 것만 같지만-

우리 회의나 할까? –
김민철 지음/사이언스북스

정말 당장 아이디어를 찾아내고, 프리젠테이션 하기 위한 기술을 찾아내기 위한 사람이라면, 아래 책도 함께 살펴보면 좋을 것 같다.

킬링 포인트 –
유재하 지음/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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