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부터 많이 불안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김근태 선배가 떠나셨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올해만 해도 많이 좋아지신 듯 보였는데… 친구들과 내년, 김근태 선배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었는데- 마음 한 켠이, 싸늘하게 아립니다. 참 많이 선했던 사람. 죽어도 내가 아니면 안된다-가 아니라, 필요하다면 자신을 밟고가라-라고 엎드릴 줄 알았던 사람.
마냥 좋은 사람이라고는 말못하겠습니다. 사람이 어찌 허물이 없을 수 있을까요. 하지만, 차마, 닮고 싶다는 말도 뱉기 어려울 정도의 삶을 지탱해온 사람. 자기 안의 것을 챙기기보다 밖을 먼저 바라봤던 사람. 제가 인정하는 진정한 현실주의자, 그렇게는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은 마흔이 넘으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합니다. 사람의 얼굴은 그가 어떤 태도를 가지고 어떻게 삶을 꾸려왔는 지를 보여주니까요. 오늘 다시 들여다본 선배의 얼굴은, 참 맑고 곱습니다. 거기에는, 어떤 바보가 있습니다. 참 곱디 고와서, 험한 삶을 살아왔던 바보가.
그토록 똑똑한 머리를 가지고 있으면서, 자꾸 손해보는 길만 택하며 살아왔던 바보가.
시간이 많이 흐르고 나면, 지난 4년은, 정말 소중한 사람들을 많이 잃어버린 한 해로 기억될 것만 같습니다. YS때는 건물이 무너지더니, 이제는 사람들이 떠나 갑니다. 그래도 지금은, 좋았던 기억만을 가지고 당신을 보내겠습니다. 부디 그곳에선, 평안하시기를.
安寧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