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뉴 아이패드와 사랑에 빠진 이유

나는 뉴아이패드를 본 순간 첫 눈에 사랑에 빠졌다…
라고 말한다면, 물론 거짓말이다.

나에겐 이미 아이패드1이 있고, 잠깐이지만 아이패드2도 가지고 있었다. 그런 내가 뉴아이패드를 사려고 한 것은, 보고 있던 만화책 시리즈의 신간을 구입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내가 괜찮아하는 제품이 있고, 그 제품의 새로운 시리즈가 나왔기에, 산다. 좋아하는 제품에 대한 의무감이라는, 단순하면서도 명백한 이유.

그랬다. 확실히 내겐 그랬다. 새로운 아이패드를 산다는 것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 녀석을 포장에서 열고, 직접 만져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뉴아이패드가 출시되던 날, 나는 줄서러 가지 않았다. 그래볼까-하는 생각은 있었지만, 생각만 하고 움직이지 않는 것은 청춘이 아닌 남자의 특권. 그렇다고 늦게 간 것은 아니다. 오전 10시쯤에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근처 매장에 방문했으니까. 물론 그 시간쯤이면 이미 내가 사고싶었던 녀석은 다 팔리고 없었다. 상관없었다. 남아있는 녀석들 가운데 내가 원하는 사양과 가장 비슷한 녀석을 고르고, 근처 카페에 앉아 포장을 뜯었다.

생각보다 두꺼웠고, 생각보다 무거웠다. 그래서 잠시 실망. 와이파이에 연결해 예전에 사뒀던 앱을 백업시켰다. 여기까지만해도 평범했다. 첫사랑이었던 여자아이를 다시 만난 기분이랄까. 내가 사랑했던 옛 모습은 그대로이지만, 그 사이에 서로 뭔가 변했다. 만나고 싶었는데, 만나고 나니 굳이 만날 필요가 있었을까 후회한다. 이젠 사랑이 느껴지지 않는다. 지극히 평범해서 내가 이 제품을 좋아하긴 했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그래도 예의를 차려야 하니 몇 가지 앱을 실행시켰다. 응? 이 느낌은 뭘까. 갑자기 화면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았다. 아니다. 전자제품의 디스플레이는 원래 빛이 나야 정상이다. 그러니 정정한다. 갑자기 뉴아이패드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았다. 내 첫사랑은 그 첫사랑이 아니었다. 내가 만나고 사랑하고 실망해서 잠시 마음이 멀어졌던 그 아이는, 어느새 뭔가 많이 달라져 있었다. 모습은 예전 그대로인데 그 안에 담긴 것은 예전 그대로가 아니었다. 갑자기 숨이 멎는 기분이었다.

예전에 비해 훨씬 좋아진 화면을 말하는 거냐고? 맞다. 엄청나게 좋아졌다. 뉴아이패드를 보고 나면 다른 스마트 태블릿들은 쳐다보기도 싫어진다. 그러나 그 정도는 맘만 먹으면 다른 이들도 할 수 있는 것. 뉴아이패드에서 정말로 좋아진 것은 바로, 조.작.감.이다.

사실 그동안 아이패드, 아니 아이패드 뿐만 아니라 애플 기기들에 대해 싫은 기분이 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바로 사람들이 그렇게 칭찬하는 OS 업데이트 때문이다. 물론 애플이 예전 기기의 OS 업데이트를 계속 지원해주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업데이트가 계속 될수록, 그리고 새로운 제품이 계속 나올수록 이전 제품들을 사용하기가 뭔가 점점 더 힘들어져 갔다. 카메라는 빠르게 실행되지 않았고, 앱을 실행하다 다운되기가 일쑤였다. 전체 퍼포먼스는 점점 더 굼떠지고, 마치 이 새로운 기능을 제대로 사용하고 싶다면 새로운 기기를 사라고 몰아부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게 정말이었다.
예전에 그렇게 굼떴던 기능들이 뉴아이패드로 바꾸고 나니 물흐르듯 움직인다. 앱을 실행해도 거의 다운이 되지 않는다. 아아, 애플 이 나쁜 놈들. 그래도 어쩔까. 나는 이미 뉴아이패드를 샀다. 그리고 이 아이와 다시 사랑에 빠졌다.

뉴아이패드에서 바뀐 것은 단순히 퍼포먼스만이 아니다. 그동안 기능이 부족해 잘 사용하지 않았던 기본앱들의 성능도 매우 좋아졌다. 밝고 화사한 화면 위로 손가락을 얹고, 생각한대로 움직이면 생각한대로 반응한다. 게다가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지원하기 위해 새로 업데이트된 다른 앱들도 예쁘고 성능이 좋았다. 찾아보지 않아서 몰랐던 새로운 앱들도 그새 잔뜩 나와 있었다.

덕분에 새로운 앱을 찾아 셋팅하고 실행하느라 며칠동안 잠도 못잤다. 그동안 나는 RPG 게임에서 보물을 찾아헤매던 소년, 아이템을 모두 모으기 위해 며칠동안 밤을 꼴딱 새우던 소년으로 돌아가 있었다. 기쁘고, 흥분되고, 아름다웠다. 난 다시 만난 첫사랑과 처음보다 더 많이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나는 지금 이 아이를 그냥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 아니라, 내 생활에 깊숙히 집어넣기 위해 여러가지로 고민중이다. 일할 때도 장난할 때도 데이트 할 때도 잠시 쉴 때도 항상 사용할 수 있도록, 일부러 그 방법을 고안해보고 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른다. 이 사랑도 언젠가는 끝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어린 시절 꿈꿨던 미래 기기를 만난 것 같은 이 기분은 당분간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진짜 첫사랑 아이패드1은 동생에게 고이 넘어가 버렸다는,
불편한 진실만 잠시 잊기로 한다면 말이다.

* 아레아 옴므 6월호에 실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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