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문. 재밌고, 무섭고 그래서 슬픈 영화.

용산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두 개의 문‘을 보고 왔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감독과의 만남이 있었기에, 그 이야기도 듣고 왔습니다. 두 개의 문. 이런 평가를 해도 되는 지 모르겠지만, 재미있고, 무섭고, 슬픈 영화입니다.

1. 두 개의 문은 흔히 떠올리는 다큐 영화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참 이렇게 표현하기가 뭐한데,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습니다. 물론 이 이야기는 실화이며, 우리는 그 끝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눈을 뗄 수 없는 까닭은, 용산참사가 일어나기 전부터 참사가 일어난 그 순간까지, 25시간을, 경찰의 눈을 통해 속도감있게 재현하기 때문입니다.

…예, 경찰의 입장입니다. 이 영화에선 처음부터 끝까지, 철거민들의 이야기가 들어있지 않습니다. 일부러 감정 몰입을 배제합니다. 대신 법정 현장에서의 경찰 증언, 당시 진술서, 당시 경찰이 찍은 채증 화면과 인터넷 방송의 영상만이 등장합니다. 그를 통해 감독은, 우리 스스로 사건 현장에 대한 목격자가 되기를 원합니다.

결국 우리는, 그 현장을 찍고 있었던 카메라의 눈이 됩니다. 세심하게 설계된 사운드 속에서, 우리는 카메라의 눈이기에, 그 현장에서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2. 우리가 카메라의 눈이 되어 들여다본 현장은, 그래서 무섭습니다. 어떤 공포 영화의 인위적 장치보다 섬찟합니다. 그건 그 자리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잠들어 있었던 예전 어떤 시간에, 현실에서 벌어진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망루가 불에 타고, 그 불에 공포를 느끼면서도 들어가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들리지 않는 목소리가 들리고, 느껴지지 않는 땀 냄새와 불 냄새가 납니다. 지옥. 아수라장. 자신이 왜 이래야 하는 지도 모르는 채 훈련받은 대로 움직이는 사람들. 중요한 정보를 대부분 제공받지 못한 채, 이제 앞으로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짐작하지 못한 채 작전을 실행하는 사람들.

하지만 영화는 1시간 30분 내내 냉정한 시선을 잃지 않습니다. 굳이 감정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공되는 퍼즐들. 머릿 속에서 조각조각 짜집기해야 하는 그 무엇들.

3. 그 속에서 영화가 묻는 것은 단순합니다. 과연,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라는 것. 그리고,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이 어떤 잘못을 했더라도, 국가가 국민을 이렇게 대하는 것이 정당하냐는 질문. 이런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냐는 질문. 그 질문 속의 국민은 철거민만이 아닙니다. 제대로 된 장비와 정보도 제공받지 못한 채, 그 일을 해야만 하기 때문에 그곳에 투입된 경찰 특공대 역시, 국민입니다.

영화는 그렇게, 정해진 결말을 향해 나아갑니다. 불타오르는 망루 속에선 어떤 비명도 들리지 않습니다. 치직거리는 경찰 무전과 지옥을 묘사하는 경찰 진술서와 공허하게 들리는 법정 증언만이 나옵니다. 그 안에선 분명 사람이 죽었습니다.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지만, 분명 사람이 죽었습니다.

…하지만 영화에선, 어떤 눈물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대신 현실을 그냥 보여줍니다. 그 현실을 보다보면, 생각하게 됩니다. 이 사건은 여전히 여기에 있다고. 남일당이 철거되었어도 이 자리에 있다고. 재판이 끝났어도, 여전히 그대로 있다고. 그리고 질문을 남깁니다. 그 다음에 무엇을 할 지는, 당신이 알아서 하라고.

오랫만에 좋은 다큐 영화를 만났습니다.
용산 참사에 관심 있으셨던 분들이라면, 꼭 이 영화를 보시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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