씽2게더, 이건 메타버스에서 봐야 합니다

씽2게더, 이건 메타버스에서 봐야 합니다

몇 년 전 일본 디지털 콘텐츠 엑스포를 관람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가장 맘에 들었던 콘텐츠가, 3D 입체 영상으로 보여주는 콘서트입니다. 3D 이펙트를 잘 활용해서, 아 이런 식으로 콘서트를 보여주면 완전히 다른 맛을 느낄 수 있겠구나-하고 생각했죠. 이런 콘텐츠면 돈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후 이런 컨셉을 가진 다른 콘텐츠를 본 적이 없습니다.

애니 '씽2게더'를 보다가 그때가 떠올랐네요. 이 영화, 딴 건 모르겠지만, 후반부 콘서트를 정말 꼭 한 번, 기왕이면 큰 화면으로 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라스베가스에서 볼 수 있는 온갖 공연 연출을 참고해, 정말 끝내주는 무대를 만들었거든요. 아이고, 이런 걸 메타버스(?)에서 보면 정말 좋을 텐데요. 아니, 이런 건 메타버스에서 즐기는 게 더 좋을 텐데요.

* 따로 표시하지 않은 이미지는 모두 네이버 영화에서 가지고 왔습니다.

영화는 한 극단의 신나는 공연으로 시작합니다. 아마 전작인 씽1에서 구성된 극단 같은데요(전작을 못 봤습니다.). 단장은 코알라에 코끼리, 고릴라, 돼지 등이 모여 있는 극단입니다. 이 세계가 말하는 동물들 세상인가 봐요.

이 극단의 현재 목표는 대기업(?)에 스카웃 되어 더 큰 도시에서 공연하는 것. 더 큰 무대에서 이름을 날리고 싶은 거죠. 하지만 스카우터는 비판적 견해를 내놓고 가버리고, 그 사실에 절망했다 부활한 극단 대표(버스터 문)는 '직접 그 도시에 가서 오디션 기회를 따겠다!'며 출발하죠.

여기까지 보면, 뭔가 좀 식상한 전개다- 싶으시죠? 맞습니다. '씽2게더'는 알 만한 규칙을 아주 충실히 따라갑니다. 우연히 얻게 된 기회, 기회에 따라 붙은 무리한 조건, 무리한 조건을 이겨 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단원들.

노력을 노골적으로 방해하는 악역도 등장하고, 노력하다 좌절하는 단원도 있습니다. 노력을 도와주는 조력자도 당연히 등장하고요. 갈등은 쉽게 해결되고, 이야기는 스무스하게 흘러 갑니다. 그런데 이상하죠? 뻔한 이야기인데 지루하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는 진짜 음악 애니메이션이거든요.

아주 그냥 대놓고, 알 만한 노래들을 꽉꽉 채웠습니다. 미국 음악 잘 안 듣는 저도 어? 하고 반응할 만한 노래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몰라도 상관 없습니다. 모르고 들어도 좋은 노래들이니까요. 지금도 이 영화 OST 틀어 놓고 글 쓰고 있을 정도로.

음악도 좋지만, 아까 말했듯 후반부 무대는 진짜 멋집니다. 영화 속에서 기획된 공연을 그냥 다 보여주는 데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창작물에서 설정된 '최고의 가수' '세계를 뒤흔든' 뭐 이런 곡이나 무대가 나오면, 사실 그러려니-하고 넘어가는 거지, 이게 정말 초대박이 났다고는 생각되지 않는 퀄리티를 가진 경우가 많잖아요?

'씽2게더' 무대는 다릅니다. 3주만에 날림으로(...) 만들어진 공연, 심지어 한 파트는 (설정상) 거의 즉석에서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공연이라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수준의 무대를 보여줍니다.

진짜 이건 보셔야 해요. 지금까지 제가 본 영화 속 공연 가운데 가장 좋았습니다. 공간을 입체적으로 활용하는 건 기본이고, 연기자들의 뛰어난 피지컬에 기반한 군무, 관객들을 놀라게 하기 위한 스턴트 연기와 마술 기법의 활용, LED 라이트를 이용한 연출까지.

만화영화니까 가능한 가상 무대를 아예 때려 박았다고 할까요.
2500원으로 즐기는 가상 라스베가스 쑈라고 해야 할까요.

CG도 정말 많이 발전했습니다. 미니언즈 ... 아, 아니 슈퍼배드 시리즈를 만든 일루미네이션의 작품이니 그럴 만도 하지만, 동물 캐릭터 털 날림이나 자연스러운 표정 연기, 물 표현, 게임 화면 같은 배경을 보고 있으면 기술 진보가 실감납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 영화 성우진이 장난 아니네요...

정말 재미있게 즐긴 시간이었습니다. 나중에 씽과 미니언즈의 콜라보 영화가 나오면 좋겠지만, 일루미네이션이 작업하고 있는 작품이 많아서, 당분간은 어려울 듯 보이네요. 지금 넷플릭스에서 보실 수 있으니, 보고 싶은 분들은 바로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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