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도쿄 여행을 갔을 때, 지나가다 굉장히 신기한 건물을 봤습니다. 대체 저게 뭐 하는 건물인지 궁금했는데, 그땐 그냥 디자인 하우스에서 과시용으로 지은 건물인가보다... 라고만 생각하고 넘어간 듯 합니다. 뭐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이라, 검색해 볼 생각도 못했고요.
나중에 알고 보니 쿠로카와 키쇼가 1972년에 지은 나카긴 캡슐 타워-라고 하더군요. 저기 붙은 캡슐 하나가 집 한 채입니다. 건물 구조체에 캡슐이 붙은 형태라, 필요에 따라 캡슐을 늘리거나 줄이고, 고장 나면 새 걸로 갈면 된다는- 지금 생각해도 재밌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지어졌습니다-만.
... 실패했다고.
캡슐을 25년마다 교체해야 하는데,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든다고 합니다. 한 채씩만 갈수 있다면 모르겠는데, 그것도 안된다고. 그래도 보존할 가치가 있을 듯 한데, 그래서 한 채씩 사겠다는 수집가도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그것도 실패. 어찌보면 참, 운 없는 건물이네요.
건축가 키쇼도 십여년 전 사망했고, 건물 수리도 그동안 사실상 방치된 상황. 하자보수가 어려운 구조라, 실제로 가보면 비가 새고 있다고. 게다가 이거 수리할 돈이면 헐고 새 건물을 짓는 게 더 이익이라서, 건물 보존에 관심 있는 사람이(=실제로 돈을 댈 사람) 없었습니다.
설계할 때도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했고, 저런 집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 적이 있었는데(1인 가구용 아파트), 현실은 생각한 대로 되는 일이 거의 없죠-
안을 살펴보면, 그래도 재미있긴 합니다. 1972년 건물이란 걸 생각하면, 당시 최신 가제트를 죄다 때려박아 넣었거든요. 한 사람을 위한 비버리힐즈라고 해야하나. 카세트 이전에 저 릴 테이프하며- 상단엔 TV도 들어가 있습니다. 그때까진 몰랐겠죠. 개인이 이런 기기를 매년? 바꾸는 세상이 올 줄은.
뭐, 남은 집(?)들은 한 채씩 세계 건축 박물관 같은 곳으로 보내진다고 합니다. 이 건물 사라지는 건 아쉽지만, 조만간 이런 개념을 적용한 건물이 나와주면 좋겠습니다. 혼자 살기 무서워요(응?).
* 관련 옛 기사 : https://www.nytimes.com/.../07/07/arts/design/07capsule.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