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여성과 결혼하세요?

조선일보의 기사 때문에 시끄럽다. 솔직히 조선일보가 이 정도도 예측하지 못하고 기사를 내보낸 건지, 아니면 베트남을 하찮게 본 건지 알 수가 없다. 가장 문제가 크게 됐던, “팔려가기 위해 진열된” 것처럼 느껴졌던 베트남 여성들의 사진은 인터넷판에선 현재 삭제되어 있다(pdf판은 미확인, 유료라서…). 조선은 그 밖에 기사에 ‘거짓 내용은 없다’라고 얘기하고 싶겠지만, 전체적인 기사의 논조로 봤을때, 매매혼을 장려한다는 혐의와 베트남에 대한 폄하적인 시선이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조선일보의 다른 기사에도 나왔지만, 베트남 여성과의 국제 결혼은 2001년 134명에서 2005년 5822명으로 급속하게 늘었다. 그렇게 된 이유에 대해서 조선일보는 ① 유교적 전통이 한국 정서와 맞고 ② 생활력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적고 있다. 문제는 다른 본질은 쏙 뺀 기사 내용이다. 기사는 “어떤” 남성들이 “왜” 그들과 결혼하려고 하는 지는 적지 않았다.

국제결혼은 보통 3가지 방식으로 이뤄진다. 행정기관의 주도형(일본에서 농촌총각 장가 보내기 위해 시행) / 결혼 중계업자에 의한 비지니스형 / 사회단체, 커뮤니티, 개인적 인맥을 활용한 형태 인데, 이 가운데 문제가 된 것은 비지니스형-의 국제결혼이다.
이런 결혼을 원하는 한국 남성들은 대부분 ‘한국 여성’과 결혼하기 어려운 사람들이다. 보통은 농촌총각들로, 아직 자료를 조사하진 못했지만, 도시 여성 가운데 농촌총각과 결혼을 할 마음이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부인할 사람은 제발 부인 좀 해달라.). 그리고 “농촌진흥청 농촌생활연구소”에 따르면 결혼 적령기인 “25∼34세의 농촌 총각은 2000년말 13만4천여명”이지만  농촌 미혼 여성은 “5만1천여명”에 불과하며, 이 가운데 농촌 남성과 결혼을 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 밖에 장애를 가진 남성등 ‘결혼 기피 대상자’인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최근들어 베트남 국제 결혼이 늘어난 것은 그동안 국제결혼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중국”에서 산업화와 더불어 “농촌총각과의 결혼기피 현상”이 심해지면서 더이상 한국에 오려고 하지 않고, 그 틈을 노려 베트남을 향한 “비지니스”형 국제결혼 알선업자들이 늘어난 것과 관계가 깊다(이들 회사가 어떤 식으로 꾸려지는지, 어느 정도의 수익을 거두는 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밑에 따로 적겠지만, 서로의 의사에 반해서 강제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면, 이런 식의 비지니스 업체를 통해서 이뤄지는 중매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요즘이야 결혼정보회사니 뭐니-해서, 돈을 투자해서라도 괜찮은 사람을 만나거나, 결혼을 통한 신분상승을 이뤄내고 싶은 사람들이 많지만,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식의 결혼을 좋아할 사람들은 없다. 문화의 차이도 걱정되고, 상대방을 믿고 신뢰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고, 무엇보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방법을 통하지 않고서는 이들이 가정을 꾸릴 방법은 없다. 그것은 명백하게 존재하는 사실이다.

… 따라서 우리가 인식해야할 지점은, 이런 식의 결혼을 원하는 사람들이나 그런 것을 이용하는 회사가 아니라, 그런 회사들을 필요로 할 수 밖에 없는 우리 사회다.

우리가 비판하고 대안을 찾아야 할 지점은, 이런 국제결혼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문화에 대한 것이다. 우선 첫번째로 상대국의 여성들을 “천만원을 투자해서” 사오는 “상품”으로 인식하게 부추기는 광고와 언론이다. … 하긴, 농촌총각들에게 무려 “천만원”을 투자하도록 유인해야 하니, 이 따위의 광고와 그에 기반한 기사들이 만들어지겠지만.

기왕 이렇게 문제가 불거진 김에, 그냥 사과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제결혼 이후의 가족 구성과 문화에 대해서도 좀 더 많은 관심이 기울여졌으면 좋겠다. 현재 국제 결혼에서 많은 한국 남성들은 “상대방 국가”의 언어를 배우지 않고, 2년이 지나야 영주권이 나온다는 것을 무기로 삼아 “잦은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가 많다. 사실 어느 누가, 자신의 배우자라지만, 말도 안통하는 외국 여성과 관계를 맺는 것이 쉽겠는가. 이런 것들은 분명하게 정부와 시민단체에서 상담과 교육을 통해 지원을 해줘야만 할 상황이다(문제는 연구가 전무하다는 사실이다.).

더불어 그들이 한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 많은 대안적 방법들을 찾는 것도 필요하다. 그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이 나라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들- 필리핀인에 의한 영어 교육, 각 나라의 언어교육, 각 나라들의 전통 문화 배우기 교실, 각 나라의 음식점, 각 나라 출신자들의 모임과 협회 구성등-이 빠르게 조직되어야만 한다.

또 하나는 국제결혼 2세들이다. 이들은 10년에서 15년후면 청소년기를 맞게 되고, 신체적인 성숙기에 들어간다. 그때 우리 사회는 이들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가. 아무리 하인즈 워드-의 등장 이후 혼혈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이 나라는 유난히도 배타적인 차별이 많은 사회다. 이들의 등장 이전에 이런 배타적인 차별, 그를 지탱해주고 있는 의식을 열리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이 참에 그들에게 한국인이 될 것을 강요하지 말고, 그들을 위해 태국어, 스링랑카어, 베트남어 교실등을 열어주고, 적극적인 코스모 코리안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어떨까. 어차피 국제결혼의 대상자들은,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함께 인연을 맺어가야할 나라들이다. 그들의 존재는 외국은 ‘서양’밖에 없는 것으로 여기는 우리의 의식이 변화하기에 충분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가 아시아와 관계 맺는 것에 다리가 되어줄 것이다.

● 덧붙여, 중매형태의 결혼에 대한 생각 정리.

  •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런 형태의 비지니스형 결혼(매매혼)에 자체에 대해서 문제삼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내게 있어 이런 결혼은 하나의 “현상”이다. “중매결혼” 자체에 대해서 반대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결혼정보회사 “듀오”나 “맞선 제도”도 문제삼아 주시길. 조건과 조건의 만남이고 그 가운데 “돈”이 가장 중요한 요인의 하나라는 점에서, 베트남 결혼과 듀오가 뭐가 다른가?
  • 이 나라는 아직도 연애는 “자유 연애(개인과 개인의 만남)”를 선호하면서 결혼은 “중매 결혼(집안과 집안의 만남)”을 좋아하는 이중적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결혼적령기의 사람들이 “결혼비용”의 증가와 더불어 결혼시에 가족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집(+ 더불어 꽤 많은 개인)에서는 결혼을 통해 최소한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거나 “경제적 신분의 상승”을 원한다. …생각해보니, 뭔가 대학입시를 통해 바라는 것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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