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나 플리커 같은 외국 인터넷 서비스가 한국에도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영어로 글을 올렸을 경우, 다른 나라 사람들과 댓글이나 친구로 엮이는 경우가 꽤 늘어났습니다. 예를 들어, 예전에 올렸던 「프리티벳」동영상 밑에는 영어로 잔뜩 댓글이 달렸습니다. 이 동영상으로 인해 미국의 프리티벳 운동가에게 사진 그룹 초대를 받았고, 어떤 일본인 사진가와 친구(?) 관계로 엮이게 되었습니다. 영어...를 잘 못해서, 더이상 뭘 어찌하진 못했지만.
플리커에서도 가끔 그런 일이 일어납니다. 위 사진은 2002ttorry(이진영)님이 올리신 사진입니다. 촛불집회에 관련된 사진을 찾다가 보게되었습니다. 이 글에 이진영님은 아래와 같은 코멘트를 달았습니다. 번역은 제가 임의로 했습니다.
Day 160
2008.06.08 7:00PM Korea Seoul City Hall Gr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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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against U.S. beef importation.
We can't believe U.S. beef safe.
Korea is a democratic republic.
Nothing can stop us.
We are korean.우리는 미국 쇠고기 수입에 반대합니다.
우리는 미국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것을 믿을 수 없습니다.
한국은 민주주의 공화국입니다.
무엇도 우리를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한국인입니다.
그리고 이 사진의 밑에 달린, wowpicture라는 닉네임을 쓰는 한 미국인의 댓글을 보았습니다. 프로필을 보니 47세, 세인트 루이스에 사시는 분이네요. 그리고 그 댓글을 읽다가, 조금 짠한 기분을 맛보았습니다.
If I were Korean I would hold off on buying beef until further testing is done. I have 4 young children. If I felt any food was unsafe for any reason I would not buy it. Domestic or import. I truely feel the beef at my local market is safe that is all I know.
Lee, I would not hate all of Korea if the tables were turned. As I would hope you would not hate all of the U.S and its people. I am thankful S. Korea is free and democratic and can freely voice their opinions in a nonviolent way.
Your images, such as this one, are wonderful and speak proudly of the young Korean mind.
내가 만약 한국인이었다면, 나는 앞으로 테스트가 끝날 때까지 쇠고기를 사지 않을 것입니다. 나에겐 네 명의 아이들이 있습니다. 만약 내가 어떤 음식이라도, 어떤 이유에서건 안전하지 않다고 느꼈다면, 나는 그것을 사지 않을 것입니다. 국산이든 수입산이든. 나는 정말로 내가 잘 알고 있는 우리 지역의 가게에서 파는 쇠고기만이 안전하다고 느낍니다.
이진영님, 협상이 뒤엎어지더라도 나는 한국인 모두를 미워하지 않을 겁니다. 내가 당신이 미국과 미국에 사는 사람들 모두를 미워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처럼. 나는 한국이 자유롭고 민주적인, 그래서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나라라는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사진들은, 그러니까 위에 올린 사진과 같은, 멋집니다. 그리고 젊은 한국인의 마음을 자랑스럽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안전하지 않은 음식을 먹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모두 똑같다는. 그러니까 미국의 모든 사람들을 미워하진 말아달라는.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당신의 나라가 고맙고, 촛불을 찍은 사진 안에 담긴 당신의 자부심이 그대로 전해져 오고 있다는, 그의 이야기.
'바보의 벽'을 쓴 요로 다케시가, 자신의 책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터넷 기술의 발달은, 세계인의 공감대를 넓혀주기 때문에 환영한다는. 어쩌면, 다케시의 말이 조금은 맞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봅니다. 우리랑 같은 생각을 하는, 그리고 우리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지구 반대편에도 있구나-하는 생각에.
시원하게 소나기가 오는 밤입니다. 인터넷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의 증가가, 세계로 이어질 수 있다면, 앞으로 우리는 대체 어떤 사람으로 변해갈까-라는 엉뚱한 고민도 함께 듭니다. ...좀 더 영어 공부를 해볼까-하는 생각도 함께 들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