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단어 선택이 말해주는 것

단어는 자신의 시각으로 어떤 것을 규정한다. 예전에 서명덕 기자가 “올블 탑 100 서바이벌”이라고 썼을때 딴지를 걸었던 것은, 그가 ‘서바이벌’이란 단어를 씀으로써 “올블 탑 100″에 들어가는 것을 일종의 ‘생존경쟁’으로 보고 있음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냥 잔치판으로 충분한 것을 ‘경쟁화’ 시키려는 것이 못마땅했다. 그래서, ‘내 블로그 죽은 적 없다’라고 답했었다.

얼마전 참석했던 오마이뉴스의 심포지움에서도 당황했었다.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블로그코리아 대표로 참석하셨던 분이 ‘촛불 사태’라고 계속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금 황당해서 항의해볼까, 하다가, 별로 까칠한 성격은 아닌지라 그냥 내버려뒀다.

… 하지만 어떤 단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시선, 그 사람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일이다. 단어는 ‘어떤 것’을 지칭하는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있다. 그 이후 개인적으론, 블로그 코리아를 별로 신뢰하지 않게 됐다.

리카르도‘님이 소금이님의 글에 그렇게 단단히 화가 났던 이유도 알고보면, 소금이님이 촛불을 ‘좀비’라는 단어로 규정해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 단어를, 자기 자신이 아닌 ‘남에게 적용’시켜버린 이상, 소금이님이 어떤 식으로 변명한다고 해도 소용없다. ‘좀비’를 ‘긍정적인 의미’에서 사용한다는 것은 자기 스스로에게 말할 때나 가능한 일. 그런 단어는 남을 규정지을 때 함부로 사용할 단어가 아니다.

…그렇지만, ‘주민등록증을 가진 사람’만 참석할 수 있다-란 문구에 딴지를 걸었던 것은, 조금 다른 의미. 그러니까, 그런 말을 할 때 ‘상처받을 수도 있는’ 누군가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안당해봤던 사람은 잘 모른다. 한국에서 수도없이 마주치는 ‘민증 까보자’는 상황에서, ‘민증 없다’라고 말할때 아무도 안믿어주는 당황스러움을.

Frey님이 새로 올리신 공지를 봤다. 여전히 그 부분은 수정되어 있지 않았다. 트랙백을 걸어 말하려고 했던, 내 자신이 조금, 민망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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