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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 부대에 대한 입장정리 글에 담긴 다른 분들의 댓글을 읽다가, 예전 ‘ietoy’ 사건이 떠올랐다. 그때 사건의 당사자는 ‘자신이 예전에 쓰던 도메인을 가져다가 악성 프로그램을 뿌리는 행위’에 대해 비난했었고, 난 그에 대해 ‘그렇다고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더한 잘못이다’로 맞받았었다.

이번 유모차 부대 논쟁에서, 몇몇 분들과의 ‘차이’를 확인한 지점도 비슷하다. (애들을 집에 두고 촛불 집회에 참석했으면, 그땐 또 애들 버려두고 촛불 집회 나온 나쁜 사람-이라고 덮어씌울 몇몇은 논의에서 제외시키기로 하자.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나쁜놈으로 규정하고, 모든 증거를 거기에 꿰어 맞추는 것이니.)

일단 커뮤니티-와 사건은 분리시키기로 했다. 남은 것은 사건-에 관계된 부모의 행동이다. 아이와 부모는 둘이라고? 맞다. 둘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의사표시를 자유롭게 할 능력이 없다. 그러니 아이의 인권은 보다 세심하게 보호받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당시 사건에 관여된 부모의 행동은 잘못이다. … 여기까지는, 그 분들과 내가 모두 동의하는 지점이고-

다만 여기에서 갈린다. 나는 ‘이해할 수는 있다’라고 했고, 그 분들은 ‘그게 바로 잘못이다’라고 했다. 서로 다른 사실이 아닌데, 서로 다른 판단을 내린다. 결국 무엇이 더 지켜야할 가치인가-라고 보는, 가치관의 차이다. ….아니, 어쩌면, 지켜야할 공동체를 (우리편을) 누구로 보고 있는가-의 차이가 될 수도 있겠다.

‘그 정도는 실수로 볼 수 있다(사건으로 인해 벌어진 더 큰 불행이 없었으므로)’라는 입장과 ‘아이의 인권은 어떤 상황에서도 지켜져야 한다’라는 주장은, 결국 ‘그 사건으로 인해 촛불 집회의 정당성이 훼손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와 ‘촛불이 꺼져도 지켜야 할 원칙은 있다’로 나뉠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 더 옳다-라고 함부로 말하기 어려운 문제다. 다만 다행인 것은, 양쪽 모두 ‘아이들은 보호받아야 한다’라는 원칙에는 합의했다는 거고, 그러니까(그렇지만) 앞으로 아이들을 위험한 상황에 빠뜨리는 일은 없도록 해야한다-라는 결론에는 함께 도달할 수 있다는 것.

…촛불을 증오해서 유모차 부대를 욕하는 사람들과는 다르게, 당신과 내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유다. 최소한 그 정도의 선에서, 당신과 나는 충분히, 우리-라고 할 수 있으므로. 그러니까…. 아동 인권에 대한 의견을 주신 분들께, 고맙다는 이야기. 하마터면 그 부분, 놓쳐버릴 뻔 했어요. 우리를 옹호하기 위해, 지켜야할 원칙을 모른척 할 뻔 했어요. 🙂

다시 한 번,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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