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타임, 나를 위한 재충전의 시간

오프라인 데이(offline day)라는 말이 있습니다. 짐작하셨겠지만, 우리들 주위에 있는 모든 네트워크 기기들, 인터넷/ 이메일/ 휴대폰/ 호출기/ TV/ 시계 등과의 접속을 모두 끊고 하루 정도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가져보는 날입니다.

왜 그러느냐구요? 일부러 그럴 필요가 있느냐구요? 오프라인 데이를 가지자고 말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아주 단순합니다. 이 세상은 너무 복잡해져가고 있으며, 삶을 보다 편하게 만들기 위해 태어난 기계들이 오히려 사람의 삶을 질식시키고 있다는 겁니다.

생각해 보세요. 분명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은 십몇년전보다 훨씬 편해졌습니다. 손으로 몇시간씩 쓰던 서류와 레포트도 모두 컴퓨터가 처리해 주며, 예전보다 훨씬 손쉽게 멋진 기획서를 만들어 낼 수도 있습니다. 굳이 방문하고 전화를 하지 않아도 인터넷과 이메일로 많은 일들을 처리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즐거워졌을까요? 우리는 훨씬 편한 업무 환경에서 오히려 훨씬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는 않은지요. 일의 처리 속도는, 인간 관계의 속도는 훨씬 빨라졌지만, 빨라진 만큼 더 많은 생산량을 요구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결국 디지털 기계의 탄생으로 인해 바뀐 것은 우리의 편리함이 아니라, 생산성의 향상인 것이 아닐까요?

하긴 살면서 이런 것들까지 모두 생각하다가는 머리가 아파서 터질지도 모릅니다. 어려운 것은 어려운 사람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그저 살아가면 그만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궁금하지 않으세요? 더 많은 관계와 교류, 더 많은 여유를 위해서 태어난 네트워크 기계들이 만들어내는 이 같은 아이러니들.

내 자신의 연결망은 끝없이 늘어나고 있지만, 막상 내 안의 것들은 텅비는 기분. 사실 나와 바깥으로 연결된 보이지 않는 많은 라인들은 자기 자신을 조금씩 갉아먹는 것이 사실입니다. 사람과 사물과 업무와 부대끼고 부딪히면서 우리는 조금씩 더 다치고 무뎌지며 닳고 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기억날 것입니다. 하루에도 입게되는 수없이 많은 작고 잘은 상처들을.

오프라인 데이는 이런 맥락으로 제기된 이야기입니다. 바깥으로 연결된 모든 것과 잠시 연결을 끊고서, 내 안의 것들을 돌아볼 시간을 가지라는. 자기 자신을 위한 휴식 시간을 가져보라는. 물론 말이 쉽지 정말로 이들과의 접속을 모두 끊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가 않습니다.

핸드폰만 잃어버려도 하루종일 전전긍긍하기 일쑤인데, 인터넷만 안되도 컴퓨터로 무엇을 해야 좋을지 몰라서 어쩔줄 모르는 판에 핸드폰에 인터넷에 이메일에 TV와 시계까지 모두 끊고 지내보라는 것은, 세상 살지 말라는 말과 같을지도 모릅니다. 자그니도 전에몇 번 시도해 본 적이 있었지만 실패하는데 딱 4시간이 걸리더군요. 처음 한두시간은 견딜만한데 3~4시간이 지나니 좀이 쑤셔서, 여행이라도 떠나지 않으면 안되더군요.

그렇다면 어쩌면 좋을까요? 만약 정말로 오프라인 데이를 가지기 힘든 삶을 살고 계시다면(실은 대부분이 그럴듯 하지만-), 오프라인 타임을 가지는 것을 권해 드립니다. 하루 종일이 안된다면 몇 시간이라도 좋습니다. 그 시간 동안이라도 모든 네트워크와의 연결을 끊고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지는 겁니다. 이때는 알람시계 하나를 보이지 않는 곳에 맞춰놓고, 텅 빈 시간을 자신을 위해 사용하면 됩니다.

단, 오프라인 타임에는 조건이 하나 있답니다. 그것은 절대 졸면 안된다는 사실입니다. 오프라인 타임이 낮잠 시간은 아니거든요. 오프라인 타임은 온전하게,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면서, 자기 자신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니까요.

예전에 썼던 글 「가끔, 오프라인 데이를 가져보세요」에 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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