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논쟁에서는 예의를 지켜라

흘깃 보니, 지난 주말 남친/남편 떡밥으로 이글루스가 시끌시끌하다. 정호찬님의 블로그 글에 달린 답글 때문에 누군가가 심한 댓글을 달았고, 그에 반박하다 결국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그 사건을 두고 고소당한 분의 남친이 글을 올렸고, 그 글을 보고 또 고소한 분의 남편이 글을 올렸다.

지켜보던 사람들의 입장은 이렇게 정리되는 듯 하다.

  • 처음 답글 단 사람도 심했지만, 그에 대해 댓글 단 사람은 더 심했다.
  • 하지만 고소 만능주의는 위험하다.
  • 그런데 왜 개인적인 문제 이오공감까지 올려서 시끄럽게 만드냐능?

처음 남친-의 글이 올라왔을 때 자세하게 읽지 않고 지나갔는데, 남편-분의 글이 또 올라왔기에, 겁도 없이 떡밥 덥썩 물게 되었다.

그런데 왜 고소하게 됐을까?

고소하게 된 심정, 이해는 간다. 아마 “어린 것 같은데 말은 싸가지 없게 하고, 사과 따위는 커녕 귀담아 들은채도 안하는 것 같으니”까… 그랬던 것은 아닐까, 추측해 본다. 그런데, 그렇지만… 그래도, 고소는 현명한 방법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럴 때는 그냥, 똥 밟아서 재수 없었다-라고 생각하는 편이 젤 좋은데…

만약 내가 친구였다면, 나는 고소를 취소하라고 권했을 것이다. 일단 사안이 너무 경미한데다, 이러다 법원에서 기소가 각하되면 그것도 또 망신이 되버린다. 무엇보다, 정말 신경쓸만한 일이 아니다. 안그래도 힘든 세상, 그것 말고도 신경 쓸 것이 어디 한 두가지인가…. 이런다고 변할 사람 같아 보이지 않는다면,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낫다.

…어차피 안 될 사람이라면, 알아서 자멸하게 되어있다. (응?)

남편과 남친, 그리고 갤러리 효과

그것과 별개로, 고송당한 사람의 남친이 쓴 글, 나빴다. 본인 말 대로 “어제 글을 쓴 가장 큰 목적은 사안에 대한 제 3자의 반응을 알아보고 싶었던 것”이었다면, 더욱 그렇다. … 우리가 파블로프의 개인가? -_-^ 반응이나 확인 당하게…. 나그젠님의 말대로, 여론 몰이 하려는, 다시 말해 누구를 좋게 보이고/ 누구를 나쁘게 보이려는 지가 너무 눈에 보여서, 참 그랬다.

개인적 사안에서, 당사자가 아닌 주변인이 글을 쓰게 되면 이게 문제가 된다. -_-; 자신의 친구(또는 지인, 가족, 관계자)를 두둔하고, 그 상대방을 일단 욕할 수 밖에 없는 글이 나올 수 밖에 없다. … 애시당초 주변인이 글을 쓴다는 것은 그럴 목적으로 쓰는 거니까. .. 하지만 그 주변인은, 그 사건에 대해 직접 책임을 지지 않는다.

…결국, 내 친구는 옳고 상대방은 그르다-를 바닥에 무조건 깔고 댓글 토론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선동하려고 쓴 글이지 이야기하려고 쓴 글이 아니니까. … 이런 문제, 남편의 글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그리고 이들이 원하는 것은 갤러리 효과. 타인을 통한 대리 심판, 또는 정당성에 대한 확인.

전에 썼던 글(링크)에도 적었지만, 갤러리 효과는 한국에서 그리 보기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남편과 남친 모두 그런 갤러리 효과를 기대하고 글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해도 될 일이 있고 아닌 일이 있는 거다….;;;

남들이 보기엔 충분히 하찮은 일을 가지고,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를 가지고, 논리적 비약까지 가진 상태에서 공론화 시키려는 것은, 좀 치사해 보여서 많이 그렇다. 인상이 찌푸려지게 된다.

지켜보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잊지마

이글루스에 돌아다니는 수꼴들을 보면서도 픽-웃고 마는 것은, 그들이 실제론 일명 ‘보수 진영’에 팀킬이나 하는 것과 다를바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이 옹호한다고 믿는 것을 스스로 바보스러운/경멸스러운 것으로 만들고 만다.(솔직히 그런 사실 알려주긴 싫지만… 🙂

실은, 갤러리 효과의 이면에 감춰진 것이 바로 그것이다. 잘 보이진 않겠지만, 댓글을 다는 사람들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글을 읽는다. 그리고 그 글을 통해서 당신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하고 만다. 그 보이지 않는 관객들이 논쟁의 실질적 승패를 좌우하는 사람들이다.

당신은 다른 누군가와 논쟁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론 보이지 않는 관객들을 설득하고 있는 것이다. … 감정은 논리보다 언제나 앞선다. 그게 바로 블로그, 또는 웹에서 이뤄지는 논쟁이다. 꽤, 슬픈 듯 여겨지지만. 그 침묵의 숨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이미 논쟁에서 반은 지고 들어가는 거다.

가급적 언제라도 점잖은 태도, 유머, 근거자료제시-를 잊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단 블로그에서 논쟁을 시작한 이상, 당신이 설득해야할 사람은 글을 읽어주는 독자라는 자명한 사실을- 굳이 언급해야만 할까? 그러니까, 블로그 논쟁에서는 예의를 지켜라. 그러건 말건 블로거 맘대로이긴 하겠지만,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느낄지 정도는 생각해 보라구.

… 오늘의 자기 전에 하고 싶은 말.

* 그나저나2, 2차 입법전쟁이 시작된 마당에 엉뚱한 떡밥은 그만 물어야 하는데요…OTZ

* 다른 분들의 요청 받아들여, 해당글을 직접 언급한 부분은 수정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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