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런 서른살은 되지 말자

지난 책나눔 모임에서 한무토님에게 받아서 읽은, 「서른이라도 괜찮아」. 뭔가 좀 도닥도닥 해주는 내용일줄 알았더니, 이게 왠 걸, 서른 넘은 사람들을 팍팍 씹어댄다. 그러니까… 니네, 이런 서른살은 되지마-가 책의 핵심이랄까. 아니, 나잇살 먹었으면 쪽팔리게 이런 짓은 좀 하지마- 나잇값 좀 해라-가 핵심이랄까.

이시하라 소이치로는 이 책에서 보기 싫은 서른의 21가지 유형을 제시한다. 그런데 그 유형이란 것이, 너무 흔해서… 책 읽는 내가 다 민망해질 정도다. 그러니까, 좋은 남자가 없다고 한탄하거나, 음식점의 서비스에 까칠해지거나, 해외 여행 경험을 떠들거나, 난 원래 이런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나, 다이어트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다 정신차려야할 서른살의 유형이다.

…그런데 이런 것에 걸리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o_o;;

서른이라도 된장녀는 되지마?

사실 읽다가 어디서 많이 들은 이야기…같은 느낌이 들어서 생각해 보니, 우리가 흔히 된장녀-_-라고 말할 때 지적하는 것들이다. 나쁘게 말하면 된장녀, 좋게 말하면 골드 미스…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한쪽에선 빈정거리고, 한쪽에선 호구로 여기는 것이, 우리네 서른살 여성들의 위치.

소이치로는 이런 것들을 ‘서른살 증후군’이라고 부르면서, 크게 다음과 같은 다섯가지 특성으로 분류한다. 이것들의 공통점은 일과 연애와 결혼과 출산에 관한 것이란 점.

첫째, 폼 나게 살고 싶다.
둘째, 연애하고 싶다.
셋째, 나다운 것에 집착한다.
넷째, 아직 젊다고 여긴다.
다섯째,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꾼다.

물론 이런 경향성을 가지고 있다고 나쁜 것은 아니다. 어차피 누구나 한 두가지 이상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 다만, 그것이 정도가 심해질때 문제가 된다는 이야기다. 지나치게 결혼이나 연애에 대한 환상을 가지거나, 명품이나 해외 여행, 종업원들에 대한 지적을 통한 과시로 자신을 인정받으려고 하거나, 커리어나 다이어트에 지나치게 몰두 할때-

…그런데 아저씨, 잔소리가 너무 심해요

…그런데 이거, 여자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니잖아? 남자도 똑같이 해당된다고 해도 할 말 없다. 그러니까… 자의식 과잉인 사람은 언제나 피곤하다. 자기 얘기만 할 줄 알고 남 얘기 못듣는 사람,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은…. 그가 몇살이건 남자건 여자건 어떤 인종이건 상관없이 피곤한 법이다. … 슬프게도, 자의식 과잉의 뒤에는 어떤 열등감이 숨어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안타깝지만.

그런데 이 책을 쓴 아저씨, 대뜸 그게 서른살 여성들의 문제라고 들이민다. … 이러니… 이 책을 읽고 기분 좋아질 사람이 누가 있을까. 뭔가, 주저리 주저리 잔소리 많은 아저씨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 니네 이러지? 저러지? 그게 나이 헛먹은 증거야, 조심해-라고 중얼대는, 되게 아는 척 하는 아저씨의 충고를 듣는 듯한 기분도 들고.

하나 도움 되는 면이 있다면… 이 글에서 나타나는 타입같은 사람들, 상대방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읽는 사람이 깨달아주면 그저 고마울 뿐이고. 어떤 타입들이냐고?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 좋은 남자가 없어서 연애를 못한다고 생각하는 타입(내가 솔로인건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능!).
  • 결혼에 대한 기대와 환상이 너무 큰 타입(인생역전을 꿈꾸며-)
  • 변변찮은 남자에게 끌리는 타입(그 사람은 니가 없으면 안될 것 같지?)
  • 과거의 연애 이야기를 계속 흘리고 다니는 타입(…지금 연애를 하라니까 왠 과거?)
  • 계속해서 미팅과 소개팅을 나가는 타입(…이런 타입도 있나요?)
  • 여성잡지에 나오는 각종 연애 기술을 실전에 옮기는 타입
  • 맛보다 서비스에 더 까칠해지는 타입(…물론 이해는 합니다만-)
  • 아이돌이나 꽃미남 스타에 가슴 설레 하는 타입(…하긴, 소녀시대나 원더걸스에 울부짖는 남자들도…)
  • 명품을 통한 과시적 소비에 몰두하는 타입(…명품 백 들었다고 당신의 가치가 높아지는 거 아니라니까요..)
  • 해외여행의 경험을 자랑삼아 끝없이 떠벌리는 타입(..그렇게 좋으면 가서 살던가. 남자들 군대얘기도 비슷할라나…)
  • 아줌마 취급이나 나이 이야기에 극도로 민감해지는 타입
  • 같은 여자로서 용서할 수 없다며, 동성을 비판할때 더 날카로워지는 타입.
  • …우울해 라는 말로 관심을 끌려는 타입
  • 미신, 또는 영적인 힘에 의지해서 살아가는 타입
  • 난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는 따위의 말을 내뱉는 타입.
  • 경력 관리에 목숨 건 타입. (…그거 현 직장에 대한 불평불만일 뿐이라고 하네요…)
  • 다이어트나 디톡스에 열중하는 타입

…그리고 여기에, 부모와 잘 못지내는 타입도 들어간다는데… 이건 정말 아저씨 취향….;; 주의할 것은, 저런 타입들 전체가 문제라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다만 저런 성향이 극단적(?)이 될 때 문제가 된다. … 그런데 사실, 이걸 누가 모르나?

거기에 더해, 그래서 어쩌라고!!를 외칠때쯤, 저런 서른이 되기 싫으면 이렇게 살아보라..하고 몇페이지 제안해 주는 데… 그냥 흘려듣는 것이 낫다. 할 말 없다. 이 책은 딱 아저씨- 다시 말해 나이먹은 남성이 서른살 무렵의 여성에게 해주는 잔소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자고로 잔소리에 틀린 말이 있던가. 다만 듣기가 싫을 뿐인거지.

* 한무토님의 책 리뷰를 빙자한 인생리뷰는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응?)

서른이라도 괜찮아 –
이시하라 소이치로 지음, 이수경 옮김/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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