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팟 가격 인상, 디지털 인플레의 시작일까?

아이팟 셔플 발표와 함께, 갑작스럽게 애플 코리아의 가격 인상이 이뤄졌다. 적게는 5만원에서 많게는 20만원까지. 특히 한국 사람들이 많이 찾는 아이팟 터치는 10만원~20만원까지 가격 인상이 이뤄졌다. 현재 애플 아이팟의 가격은 38만원(8G), 49만원(16G), 66만원(32G).

아니나 다를까, 유명 쇼핑몰에서는 빠르게 이전 가격 제품이 사라졌고, 지마켓등 오픈 마켓에서 이미 올라간 가격으로 물건이 등록되어 있다.

▲ 상품이 사라진 쇼핑몰들

환율 1500원 기준, 미국에선 56만 3천원, 한국에선 65만 9천원

미국등 다른 나라 가격은 변함없이 그대로인 것으로 보아, 한국에서만 환율로 인해 약 30% 정도 인상된 것 같은데… 그 인상폭이 너무 크다. 미국 아마존에서 팔리고 있는 가격 기준, 현재 환율을 1500원으로 놓고 봤을때, 아이팟 터치 32기가의 경우 미국에선 56만 3천원 정도에 살 수 있는 제품이, 한국에선 65만 9천원이 됐다. 거의 10만원 차이, 15% 정도 더 비싼 가격이다. … 실제로 3년전 가격으로 돌아갔다고 볼 수 있다.

…이 정도 가격이면 사지 말라는 가격이다.

아이팟의 주 구매고객인 대학생들을 기준으로 봤을 때, 30만원짜리 과외 2개를 뛴다고 해도 한달 60만원 정도가 평범한 대학생 용돈의 최고치다. 보통 30만원 정도가 용돈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지만 한달 과외비를 탈탈 털어도 아이팟 터치 32기가 한 개를 못산다…

▲ 미국내 가격은 그대로인 상태

아이팟 가격 인상, 디지털 인플레의 기폭제가 되나

사실 디지털 제품 가격 인상은 예상되긴 했었다. 실제로 작년말부터 사놓을 것 있으면 미리 사두라고, 앞으로 디지털 기기 가격이 어떻게 될 지 모른다고 여러 사람에게 얘기하고 다녔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굉장히 많은 디지털 기기들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완제품이 아니더라고 부품의 많은 부분은 수입 부품이다. … 그러니 환율이 널뛰기 시작하면 가격도 널뛰게 될 것은 당연.

그렇지만 아이팟에 대해서는 반신반의 했었다. 환율이 떨어질 때도 한번 정한 가격을 고수했던 전력도 있고…(애플 코리아의 가격은 처음 출시될때 한번 정해지며, 그 가격으로 신제품 나올 때까지 그냥 가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일명 가격 방어를 잘한다-는 이야기) 조만간 새로운 모델이 발매될 판에, 굳이 무리에서 오래된 제품 가격을 올리겠냐- 싶었다.

* 아이팟 터치 2세대 출시시 환율이 1200원 정도, 지금은 1500원 정도다.

…그런데 30% 올렸다. 단단히 뒷통수를 맞았다.

더 불안한 것은, 애플의 이런 가격 인상이 다른 디지털 제품들에게까지 연쇄적으로 파급돼, 디지털 기기의 가격 인플레를 불러오지 않을까-하는 점이다. 실제로 많은 회사들에서 가격 인상을 고려하고 있으며, 아직까진 신제품에게만 가격 인상을 적용하고, 구 제품은 조금씩만 올리는 선에서 멈추고 있지만…

애플이 가격을 올린 것은, 앞으로도 당분간 환율이 1500원 또는 그 이상에서 머물 것이란 것을 가정하고 있으며, 만약 다른 기업들도 그런 환율 예측을 받아들인다고 가정할 경우, 대부분의 제품들이 적어도 10%, 많으면 30% 이상 값을 올릴 거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렇게 될 경우, 디지털 가젯 시장은 단단히 얼어붙고 말게 된다.

디지털 시장, 이대로 얼어붙고 말 것인가

지금 한국 경기는 젊은 청년들에게 자기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분위기다. 그리고 그 자기 희생을 기반 삼아 기존 직원들의 희생까지 강요하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 물가는 올라가는데 임금은 하락한다. 부동산 가격은 요지부동이고, 생활에 필수적인 것들의 가격 인상도 예정되어 있다.

…이런 때 애플의 가격 인상은, 장사하지 않겠다는 이야기…;;

그래도 살 사람은 다 살 거라는 믿음이 있으니까 예전부터 자꾸 이런 짓(?)을 저지르지만… 지금은 예전과는 다르다. 그런 움직임에 다른 디지털 기기 회사들까지 편승하면, 마음은 이해하겠지만, 시장은 사라질거다. 분명하게. 지금 사람들에게 Mp3, 휴대폰, 디카가 없는 것이 아니다. 지금 디지털 시장은 이미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또 팔아야 하는 시장이다.

실제 사람들이 쓸 수 있는 비용은 점점 떨어지는데, 기기값은 인상이 예정되어 있다. 가격을 올리기 시작하면, 그것도 이렇게 30% 가까이 올리기 시작하면, 당분간 이쪽 시장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속 편하다. 예전처럼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이 조금씩 올라간 가격에 적응할 거라고 생각해선 안된다. 우리들에겐, 이미 그럴 여유가 없다.

…기업들의 뼈를 깍는 원가절감 노력이 필요하다 등등의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그거야 그냥 해보는 소리에 불과하고… 그래도 기업들은 어쩔 수 없다며 차분히 가격을 올릴 것이고, 소비자들은 차분히 지갑을 닫을 것이다. 그렇지 않기 위해선, 기업들의 현명한 대처를 바라는 수 밖에.

뭐, 점점 덕분에 알뜰해져 가기 시작하니… 그것도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 애플 코리아가, 조만간 나올 신제품 가격 결정시 욕들어먹지 않기 위해서, 또는 미리 사람들이 받을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 이렇게 했다면 그것도 이해할 수 있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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