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오브 코리아, 인터넷 폭로 어떻게 봐야할까?

어제 친구에게 재밌는 블로그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가 봤는데, 어제 저녁 뉴시스에서 기사로 금방 올리더군요. 예, <시크릿 오브 코리아>, 주로 한국 유명인들의 미국내 부동산 거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블로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모토는 “No evidence, No story”

한국내 이슈에 대한 광범위한 자료 수집과 공개를 통해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하는데, 현재까진 부동산 거래 관련, 미국 안에서 공개된 자료를 찾아서 제시하는 것이 중심입니다. 자신이 확인한 자료는 블로그와 함께  http://www.docstoc.com/profile/cyan67 에서 공개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 올라온 자료는 친일파 민영휘의 후손들이 거래한 부동산 내역에 대한 자료들이군요.

8월에 블로그를 시작해 지금까지 200건이 넘는 글이 올라와 있습니다. 어마어마한 양이군요…-_-; 부동산 거래뿐만 아니라 서울시 부동산 체납 리스트, 마이클 잭슨 사망 보고서, 국정원 과거사위 의혹사건 진상 보고서등 흥미를 끌만한 자료들이 많습니다. 글 갯수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모두 본인이 직접 쓴 글들은 아니고, 여기저기서 퍼온 자료들도 꽤 많이 보이네요.

자료를 공개하는 대상은 주로 재벌과 대통령 일가입니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에서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까지, 가리지 않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자료- 말 그대로 팩트를 그냥 공개하는 선에서 끝낸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팩트를 파악하면 그 팩트를 가지고 어떻게 된건지 이야기를 엮는 것이 기본인데…

이 블로그의 운영자 안치용님의 경우, 팩트를 제시하는 선에서 끝- 합니다. 기껏해야 의혹을 제시하는 선에서 멈추지, 그 이상을 얘기하지 않습니다. 이건 현명한 전략이긴 하나, 어떻게 보면 꽤 무책임한 행동이기도 합니다.

인터넷 폭로의 시대, 어떻게 봐야할까?

물론 그 자료를 올린 의도나, 그 자료에서 돌려말하는 것들을 이해하기 어렵진 않습니다. 이런 자료들의 제시 자체가 일종이 가치판단이 개입된 것이니까요. 그렇지만 이 블로그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것은, 이 블로그에서 제시한 몇가지 자료들이 일종의 ‘폭로’ 형식을 띄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뷰스앤뉴스’의 기사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이 블로그에서 공개된 몇몇 인사들의 2005년 이전 미국내 부동산 거래는 불법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김병국 청와대 전 수석의 국적 문제에서는 청와대의 공식 해명이 나올 정도로, 한건 터트렸군요. 비록 20년전에 이미 포기한 국적에 대한 논란이었습니다만-

사실 이런 인터넷을 이용한 폭로-는 그다지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그동안 이렇게 팩트- 중심으로 구성된 블로그가 없었을 뿐이지요. 예를 들어, 요즘 들어 제가 줄기차게 받는 이메일은 아래와 같은 삐라-_-입니다. 제목이야 거창하지만 내용은 결국 유튜브에 올라와있는 동영상 봐봐라- 는 내용에 불과하긴 하지만.

몇년전 부터 세상은 인터넷을 통해 자료를 구하고, 그렇게 구해진 자료를 폭로하는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얼마전에 터진 2PM의 재범 사건의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인터넷에 올린 내용을 글 쓰는 사람이 어떻게 이용하는 가에 따라, 어떻게 될 수 있는 지를 명백하게 보여준 사건이었죠.

이미 취재는 오프라인만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사실 취재방식을 빼면, 이렇게 ‘윤리가 거세된(?) 취재’는 신문이 처음 등장하던 시기서부터 줄기차게 볼 수 있었습니다. … (개인적으로, 2pm 재범 사건의 경우, 그걸 취재해서 보도한 인간이 원흉-_- 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번 블로그는 그것을 뛰어넘습니다. 앞서 말했듯, <시크릿 오브 코리아>의 특징은 평범한 사람들이 구하기 어려운 팩트를 제시하는 것에 있습니다.

물론 문제는 남습니다. 그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요? SOK의 경우 미국내에서 공개 회람이 가능한 문서라고 적고는 있지만, 그것이 정말인지, 어디에서 확인이 가능한지 저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것이 SOK 공개된 내용에 대해 제가 함부로 얘기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인터넷 폭로에도 윤리는 필요하다

예전 이란 사태때 연합 뉴스에서도 적었듯이, 온라인을 통한 취재가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언론의 출처확인 규칙은 이미 깨졌“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규칙이 무시되는 것”이 당연한 상황이 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규칙이 필요한 시점이 왔다는 것을 말하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인터넷 폭로에도 윤리는 필요합니다.
폭로가 단순히 인터넷을 통한 삐라가 되지 않으려면 말이죠.

많은 이들의 생각과는 달리, 사실 블로그의 신뢰성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선 어느 정도 검증이 되어 있습니다(이에 대해선 나중에 기회 닿으면 다시 이야기하겠습니다.). 그렇지만 그 신뢰성은 단순히 블로그라는 툴이 아닌, 블로그와 블로그 사이의 관계에서 만들어지는 신뢰성입니다.

결국 인터넷 폭로를 통한 윤리란 다름 아니라, 반론에 대해 열려있음, 검증 가능한 자료의 제시와 전체적인 맥락의 이해, 그리고 독자의 비판적인 독해에 달려있다는 얘기네요. 2PM 재범 사건의 경우를 예로 들면, 기자가 재범에게 전화해 왜 그랬냐고 한번 물어나 봤더라면,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들을 전체적인 맥락에서 읽을 수 있었더라면, 그리고 읽는 이들이 “정말 이 말이 전부일까?”라고 의심했더라면… 이런 불필요한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SOK 블로그의 등장에는 우려와 기대가 반반씩 교차합니다. 우리들이 모르는 사실을 알려줄 것이란 것에 대한 기대와, 섵부른 폭로가 오히려 상처로 돌아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것에 대한 우려입니다. 우려와 기대의 사이에서, 부디 안치용님이, 현명하게 블로그를 운영해 주시길 기대해봅니다.

솔직히 팩트 확인만 충실하다면, 이런 블로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그나저나… 왠일인지 아직까지 폐쇄(?)나 블라인드 처리 조치는 들어가지 않았군요. 청와대에서 해명도 나오고 말입니다. 그렇지만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계속 갈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공식적인 자료를 정리해 올려도 위의 조치가 취해진다면, 그땐 정말 망명 블로그라도 하나 만들어야 하는 사태가 올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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