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가수 나훈아다. 나훈아가 삼성가의 파티 초청을 거절하면서 한 말은 이렇다고 한다.
나는 대중 예술가다.
따라서 내 공연을 보기 위해 표를 산 대중 앞에서만 공연하겠다.
내 노래를 듣고 싶으면, 공연장 표를 끊어라.
이 이야기를 듣는데, 뭔가 속에서 울컥 한다.
이 아저씨, 진짜 레전드급이구나.
2. 오늘 다음뷰에 글을 올리고 살펴보는데, 같은 미디어 카테고리에 민주당 원혜영 의원이 올린 글을 봤다. 제목이 '저에 대한 관심과 격려에 감사드립니다'라기에 왠 자화자찬인가 싶어서 클릭했다. 뭐냐 이건, 전셋값이 없어서 동분서주 했단다. 뭔소리인가 싶어서 살펴보니 진짜다. 집주인이 전셋값 올려달래서, 그 돈 마련하지 못해서 잠시 분주했었다고.
...내가 알기론, 한때 풀무원 창업자였던 사람인데...(그래서 한때, 이 사람이 배두나 아빠인 것으로 착각한 적도 있었다.)
이 사람도 알고보니 김장훈-과다. 기부 중독자...랄까. 풀무원 퇴직 하면서 받은 돈 죄다 기부했단다. 어머니 장례식 치르며 받은 돈도 죄다 기부했단다. 그 밖에도 돈 생기면 죄다 기부하는 편이라고 한다. 차가 두 대 있는데 자기 차는 2004년식 그렌저, 안사람 차는 2002년식... 클릭이다.
기부하는 이유는 아버지 때문. 어릴 적 소원이 '식구들끼리만 밥을 먹어보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만큼 아버지가 밥 먹을 때마다, 다른 노숙자나 전쟁고아들을 데려다가 함께 밥을 먹였다고. 그런데 나이드니 그 사람들이 자꾸 생각나서, 기부를 안해야지 하다가도 자꾸 하게 된다고.
3. 나훈아가 지킨 것은 쟁이로서의 자존심이다. 나훈아 이야기를 들으며 울컥했던 것은, 그 한마디로 다른 딴따라- 또는 쟁이들의 자존심까지 함께 지켜줬기 때문이다. 돈 있는 사람이 부르면 부르는 대로 오고, 가면 가라는 대로 갈 수 밖에 없는 쌈마이 딴따라 인생. 그 인생들의 자존심을 지켜줬기 때문이다.
...봐라, 우리에게도 돈 주고 살 수 없는 자존심이 있다고, 우린 니네 맘대로 할 수 있는 사람들 아니라고-
원혜영의 아버지가 원혜영에게 가르쳤던 것도 그것이 아닐까. 인간에게는 자존심이 있다고. 그것은 어떤 경우에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거지들에게 밥을 그냥 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집 밖에다 내놓고 밥을 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아버지는 그 아이들을, 자기 아이들과 똑같은 자리로 불렀다.
지금 아무리 비루한 모습을 하고 있어도 똑같은 사람이라고, 사람이 혼자 사는 것 아니라고. 같이 먹어야 배부르고 같이 웃어야 행복한 거지, 나만 배부르고 나만 웃는다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고. ... 원혜영의 아버지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을 까.
4. 인정한다. 우리는 돈 앞에 약하고 권력 앞에 비굴해진다. 그게 인생이고, 우리 같은 사람들이다. 노래 두 세곡 부르면 3천만원 준다는데 안 갈 사람이 어디 있으며, 거지들에게 동냥 주는데 같은 자리로 불러들일 이유도 없다. 그게 뭐 잘못됐는가. 다들 그렇게 살아가는 거 아닌가. 내가 뭐 잘났다고 이리저리 다치면서 싸워야만 할까.
...그런데 가끔은, 어딘가에서 툭- 근데 그거 아니거든- 하면서 튀어나오는 사람들이 있다. 그냥 목청 높여서 반대하는 것도 아니고, 난 이렇게 싸우니까 잘난 사람임! 하면서 젠체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살면서, 자기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 그것 하나 지키면서 사는 것 뿐인데... 사람에게 힘이 되고, 용기가 된다.
참, 이상하지. 알고보면 가지고 있는 것 하나 없는 사람들인데, 그 사람에게 없는 걸로 우리는, 위로받고, 보듬으며, 마음에 쌓인 상처를 달랜다. 당신들이 그냥 이야기한 한 마디에, 그냥 행한 행동에, 내가 부끄럽지 않게 된다. ... 실은 우리도 그렇게 살고 싶었다. 맞아. 실은, 우리도, 그렇게 살고 싶었다.
그래서 조금 고맙다. 차마 많이라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그래도, 조금은, 고맙다.
자존심을 지키며 살아줘서, 자존심을 지켜줘서.
삼성을 생각한다 - 김용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