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티즌은 없다

앱티즌의 시대가 왔다고 한다. 지난 주말 읽었던 책 ‘앱티즌’의 주장이다. 책에 담긴 내용은 두 문장으로 요약된다. 앱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봐야 한다고, 그리고 그 앱을 쓰는 사람들 ‘앱티즌’이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 갈 거라고. 그러니 그 앱티즌을 이해하고 연구하기 시작해야 한다는 말씀.

…그렇지만, 정말 그럴까?

물론 나는 그럴 거라고 믿는다. 손 안에 컴퓨터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 다시 말해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그 사람들이 앱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게 되면, 새로운 문화가 생겨나고 거기서 새로운 시장이 창출될 거라고 믿는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앱이 플랫폼이 될 수는 없다.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넘어가는 시기에

사실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익숙한 풍경이다. 새로운 미디어 도입 초기에는 항상, 하드웨어의 특성에 대해 주목하고, 그것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하드웨어가 익숙해지면, 그 안에 어떤 내용물이 담겼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다.

80년대~90년대 중반까지는 PC 자체의 기술적 성장이 더 많은 주목을 받다가, 그 이후 PC보다 어떤 OS인가, 어떤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줄 아는 가가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과 같다.

예를 들어 내가 어릴 적엔 컴퓨터 교실에서 베이직 언어를 배웠다. 조금 나이가 드니 MS_DOS 명령어를 가르쳤다. 그렇지만 요즘엔아무도 그런 것을 배우지 않는다. 요즘 배우는 것은 윈도우와 아래 한글, 이메일 사용법, 웹서핑 같은 것들이다.

이 책이 반응하고 있는 것도 딱 그런 지점을 노린 것이다. 휴대폰이란 하드웨어에서, 휴대폰에서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관심으로 바뀌는 현실에 발맞춘. 그렇지만, 조금 지나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앱은 플랫폼이 아니다

이 책의 모든 주장은 ‘앱이 플랫폼이다’라는 것을 기반에 깔고 이뤄진다. 앱이 플랫폼이다- 저자의 말대로 혁신적 발상이다. 인터넷도, 컴퓨터도, 스마트폰도 아닌 ‘앱이 플랫폼’이다. 그렇지만 앱은 플랫폼이 아니다. -_-;

애시당초 플랫폼은 조금 솟아오른 무대-같은 것을 의미한다. 그 위에 무엇인가가 올라갈 수 있는 평평한 형태의. 그래서 플랫(flat)폼(form)이다. 무엇인가를 하기 위한 기반이 되는 곳, 또는 기술을 의미한다. 그리고 다들 아시겠지만, 플랫폼 위에 올라가 있는 것은 플랫폼에 종속된다.

…그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으면 그 플랫폼에서 돌아가는 소프트웨어를 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하철 플랫폼에서 버스를 탈 수 없는 것처럼.

그런데 앱이 과연, 이런 플랫폼이 될 수 있을까? 사실 굉장히 무리한 주장이다. 더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글쓴이는 플랫폼을 미디어와 착각하고 있다. 이 책의 주장은 근본적으로 TV가, 라디오가, 인터넷이, 온라인 게임이 세상을 바꿀 것이란 주장의 형식과 다르지 않다. 말 그대로 ‘앱’과 ‘앱을 능동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꿀 거란 말이다.

그런데 그 근거가 너무 박약하다. 근거가 박약하니 무리하게 인문학적 논의를 끌어들이게 되고, 기술적 단어들이 제대로 이해되지 못한채 함부로 쓰이게 된다. 무려 앱스토어와 안드로이드 마켓도 플랫폼으로 볼 수 있다거나(88), 앱을 언어와 같은 플랫폼이라고 주장한다거나(99)하는.

…심지어 IBM은 하드웨어만 열심히 만들다가 중국에 인수됐다고 주장(237)하신다. (IBM은 자사의 PC/노트북 부분을 중국에 매각한 적이 있을 뿐이다.)

스마트 제네레이션의 시대

물론 이 책을 관통하는 주장에 대해서는 납득한다. 스마트폰의 시대가 오고, 그 시대가 의미하는 것은, 사람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게 될 것이란 점이다. 그 적극적 커뮤니케이션 속에서 새로운 문화, 새로운 경제, 새로운 사회가 만들어질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앱을 플랫폼이라고 부른다거나, 하나의 미디어로 여기는 것은 무리다. 앱티즌은 없다.

그런 경향을 나타내는 신조어가 따로 있긴 있다. 바로 ‘스마트 제네레이션’이다. 스마트폰을 활용해 똑똑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애시당초 이 책도, 무리하게 앱티즌이란 말을 만들기 보다 그냥 스마트 제네레이션-이란 말로 풀어나갔다면 훨씬 편했을 것 같다.

앱을 사용하는 행태 자체는 분명히 어떤 변화를 불러 올 것이다. 그렇지만 그 과정은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고, 그리 쉽게 눈치채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 인간은 의외로 보수적이면서도, 필요하다고 여긴다면 의외로 새로운 미디어도 금새 받아들이곤 한다. 그 받아들임은 생각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그 미디어를 처음부터 쓴 세대가 자라고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내용은 이해가 되는데, 전반적으로 억지스러운 주장이 많아서 읽으며 내내 걸렸다. 근거를 들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그리 엄밀하지 못한 것이 많이 눈에 띈다. 하나하나 꼬집어줄까 하다가 시간이 아까워서 관뒀다. 내 자신이 이런 부분에 대해 쓸데없이 까탈스러운 탓이다. 하필이면 내 전공과 연결된 책이 걸려버린 탓이기도 하다.

책 읽다가 참 오랫만에 까칠해졌다.
이 책에 추천사를 썼던 사람들, 이 책을 감수했던 교수님 이름이나 기억해 둬야겠다.

앱티즌 –
이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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