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보니, 예전에 아이팟 터치 1세대를 꽤 좋아했었습니다. 아이폰이 출시되기 전 시절, 아이팟 터치를 가지고 뭐라고 해보겠다고 와이브로 에그도 사고, 이것저것 해대며 낑낑댔던 것이 생각납니다.
…그때는 정말, 하루종일 아이팟 터치를 가지고 노닥거리는 것이 일이었지요.
그때보다 지금, 우리 손에 들려있는 기기들은 훨씬 더 강력해졌습니다. 속도도 빨라지고, 화면도 더 커지고, 해상도도 좋아졌으며, 사용할 수 있는 앱들도 엄청나게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이상하죠? 그럴수록 오히려 기기에 대한 흥미는 떨어지기만 합니다. 더 멋지고 더 강하고 더 빠르다는데, 전 와이파이 없으면 트위터 하나 볼 수 없는 이 아이팟 터치 같은 (약간) 멍청한 기기들이 더 좋기만 합니다.
왜일까요? 너무 잘난 기기들에 점점 질려버린 탓일까요? 아마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 많은 것은 없는 것과도 같습니다. 사실 알고보면, 우리는 한가지 기기로 그다지 많은 것을 이용하고 있지도 않아요. 그렇게 잘 쓰지도 않으면서,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더 빠르고 강하고 잘난 기기들을 가지길 원합니다. 버릇처럼.
중요한 것은 무엇을 가졌는가 보다, 그것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냐-일텐데도 말입니다. 이런 ‘가짐’에 대한 중독을 끊기가 참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요즘엔 갈수록, 심플한 기기들이 끌립니다. 내가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면, 그것을 그저 할 수 있게 해주는, 그런 단순한 기기들이.
아무튼, 그래서 안드로이도OS를 적용한 엠피쓰리 플레이어를 알아보러 두시간동안 웹서핑을 하고 있었다는 슬픈 이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