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기록하냐구요? … 기억하지 못하거든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고 있는 많은 일들을.
우리는 의외로 쉽게 잊어버립니다. 쉽게 되새기지 못합니다. 그래서 기록이 필요합니다. 디지털로 기록한 것과 차이는? 바로 ‘분위기’. 우리가 그 사건을 체험하면서 느꼈던 어떤, 정말 분위기라고 밖에 부를 수 없는 것들을, 디지털 기록에선 느끼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노트와 펜으로 기록하고, 오려 붙이는 일들이 필요합니다.
기록만으로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가끔, 살아온 세월을 ‘리뷰’해야만 합니다. 그래야 내 자신의 삶에 대해 되돌아보고, 다른 방법, 더 나은 방향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리뷰하지 않으면 기록은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그냥 잊는거나 적어놓고 잊는거나 똑같죠. 하지만 리뷰하면, 적어놓은 것들을 다시 되새기게 됩니다. 그런 되새김속에, 내가 했던 경험들은 조금 더 풍부해지고, 온전히 내것으로 남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기록하면 좋을까요? 말이 좋아 펜으로 기록하면 분위기가 남아요! 라지만- 펜이란 것이 마법 지팡이가 아닌 이상 펜으로 끄적였다고 모든 것이 기록되진 않겠지요. 그래서 다른 것들, 그날 그때 그 시간을 불러올 수 있는 기록들이 중요해집니다. 입장권, 관광 스탬프, 책의 띠지 등 기억의 방아쇠가 되어줄만한 것들이. 그런 것들을 모아 함께 붙여놓고 기록합니다.
어제부로 인화지 60매 추가 주문…-_-;
기록은 너무 자주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낮에는 2-3번, 생각나는 것들을 바로 적습니다. 그리고 밤에는 낮동안 주워모은(응?) 것들을 붙이며, 하루를 다시 한번 되새겨봅니다. 때때로 몇년전 기록들도 다시 보고, 그 주나 그 달의 기록들도 리뷰하면서 추억을 되새기는 것도 좋습니다. 맞아요. 기록은 어쩌면 추억상자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기억의 매듭속에서,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사진으로 기록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저처럼 포켓포토 프린터를 쓰셔도 좋고, 폴라로이드 필름이나 컬러 프린터를 이용해도 좋습니다. 기록용 수첩은 A5정도 사이즈가 좋다고 하네요. 그 정도가 들고다니기도 크게 불편하지 않고 뭔가를 붙이기도 좋다고. 아무튼 중요한 것은, 자신이 경험하고 생각한 어떤 것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입니다.
그렇게 남긴 기록은 나를 돌아보게 해주는 자료가 됩니다. 내가 어떤 일을 해왔는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싫어하는지, 가끔은, 내가 어떤 사람을 좋아했는지… 사실 예전에 이 비슷한 노트를 기록하면서, 내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꿈을 찾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달내내 무슨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가를 돌아보니, 저는, 춤과 글과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더라구요.
…취미라고도 하죠
분명 나중에 돌아보면, 헛웃음이 나올지도 모르는 기록이라도, 그래서 소중합니다. 그런 작은 것들이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만들어 갈테니까요. 그래서 새해, 저도 다시 펜을 들었습니다. 디지털로 기록하던 것을 넘어, 아날로그 속에서도 추억을 만들어가기 위해.
그런 추억 기록, 또는 라이프 로그 기록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취향이 맞는 분들이라면, 분명, 재미있으실 거에요.
지금, 인생을 라이팅하라 – 오쿠노 노부유키 지음, 김정환 옮김/북스마니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