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당신이 대통령이라면 만들고 싶은 나라는?

『내가 만일 대통령이라면』이란 책이 있다. ‘내가 만일 대톨령이라면’이란 상황을 가정하고, 어떤 정치를 하고 싶은지, 어떤 나라를 만들고 싶은지 적은 글을 모아 놓은 책이다. 공모를 거쳐 글을 실은 사람은 모두 스물여섯. 이글루스 히요님, 피켓라인님, 레오포드님, 콘텐더님의 이름도 보인다.

실은 나도 응모하려고 했다가… 못했다. 아니, 못쓰겠더라. 막상 내가 대통령이 라면…하고 생각해보니, 이건 하고픈 것이 죄다 ‘전제군주’가 아니면 하기 어려운 것들이라서…

현재의 최고 권력자는 로마 황제와는 달라서 온갖 민주적인 절차를 존중해야 하고, 사회구성원이 합의하지 않은 행동을 강행해선 안되며, 행정의 수반으로서 갖춰야 할 사회 전반에 대한 지식을 공부해야 한다. 이상적이라면 그렇다. 하지만 그런 대통령은, 개개인의 상상속에서조차 권력자로서 매력적이지 못하다.

– 히요, p62

그렇다면 전제군주가 아니더라도,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상식을 가진 대통령으로서, 과연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 물론있다 -_-; 이 책에는 그런 상식을 가진 대통령이, 또는 독재…-_-; 적인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여러가지 상상력들로 가득하다. 그래서일까, 지루할줄 알고 책 펴기를 망설였는데, 한번 펴고 나니 순식간에 읽어내려갔다.

책은 크게 다섯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첫번째 장에선 ‘상식적인 대통령’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온다. 그 대부분은 간접 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 국민들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방법이다. 어떤 이들이 보면 급진적이고, 어떤 이들이 보면 귀가 솔깃하겠다.

사실 새로운 대안들은 아니다. 국민들이 직접 관여하는 헌법 위원회, 국회의 자발적 해산과 직접 민주주의로 이행, 기본소득제, 국민투표와 국민소환등, 기존에 이미 있었던 대안적 주장들을 해보자고 대통령으로서(?) 살살 우리를 꼬드긴다. 이렇게 꼬드기고 나면, 다음장에서 다루는 것은 이 방법을 적용해보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들이다.

…그러니까, 정치 혐오를 극복하고, 직접 정치에 참여할 생각을 내지 않는다면, 직접 민주주의고 뭐고 다 허망한 발상에 지나지 않을테니까.

좋다- 그럼 그런 직접 민주주의(?) 구현을 통해 어떤 것을 이룰 수 있을까? 그 다음 세 장은 그 ‘대안 사회’가 갖춰야할 내용에 대해 할애되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교육. 백범 김구 선생의 유훈…(응?)의 영향인지,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문화의 힘’을 가지기 위한 이야기가 나와있다.

예를 들어 ‘여행 고교’라던가, ‘역사학자를 의무적으로 배출’ 시킨다던가, 심지어는 창의적으로 학교를 해체(?) 시키는 주장까지, 은근히 재미있는 주장들이 나름의 ‘구체적’ 적용 방안과 함께 제시되어 있다. 딴 생각 못하는 굳어진 머리를 잠깐 말랑말랑하게 두들겨 주기에 적당한 이야기들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오는 이야기들은, 새로운 나라가 갖춰야할 어떤 원칙들에 대한 이야기다. 잘 먹는 사회, 시인처럼 꿈을 꾸는 사회, 평화를 만드는 나라, 행복을 연구하는 위원회, 사람이 아닌 자연의 눈으로 바라볼 줄 아는 마음… 이 책에서 가장 몽상적인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어쩌면 누군가는 가장 마음에 담고 있을, 그런 나라.

맞다. 이 책은 알고보면 몽상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그 몽상속에는, 우리가 꿈꾸는, 우리가 만들고 싶은 나라, 우리가 보고 싶은 정치인의 모습이 조금씩 담겨 있다. 물론 말이고 글이니까 이렇게 한다. 지금 당장 적용하자고 한다면, 또 한바탕 ‘그게 되겠냐’라는 자칭 현실주의자들의 폭격을 맞을 것이다.

하지만 자고로 꿈꾸는 대로 살게 되고, 지금 꾸는 꿈이 미래를 만들어간다. 노동의 가치가 인정받는 나라, 평화를 사랑하는 나라, 행복을 연구하는 나라, 기본 소득을 국가가 보장하는 나라… 꿈, 못 꿔볼 거야 없지 않겠는가. 어떤 가치가 인정받는다면, 그 사회는 그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움직이게 된다.

이혼이 죄가 되고 노동자는 아버지 같은 사장님에게 대들어서는 안되며 애들을 당연한듯 앵벌이 시키던 시대가, 겨우 십몇년 전이다. 그런 일이 아주 없어졌다고는 말 못하지만, 그래도 시대를 이만큼이나 진전시켜 놓은 것이 우리다. 그런 우리가, 다시 더 나은 시대를 꿈꾸지 못할 이유는 없으니까.

비록 그 주장이 과격하거나, 실현 불가능하거나, 몽상적이라고 해도, 검토해볼 가치는 그래서 충분하다. 누가 더 나쁜 지를 가지고 얘기하는 것도 재미있겠지만, 뭐가 더 나은 지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도, 때론 즐겁지 않을까. 내게 이 책은, 그래서 꽤나 즐거운 책이었다.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여러가지 것들을 검토해 볼 수 있어서.

…다만 아무래도 공모전을 통해 걸러진 이야기다보니, 좀 더 몽상적인 이야기, 좀 더 과격한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던 것이 흠이라면 흠이랄까. 가장 아쉬운 것은, 김어준 총수의 추천사대로, 이 책을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이는 청와대에 산다는 사실이겠지만.
* 10년후쯤, 이 책에 나온 이야기가 꿈으로 끝났는지, 아니면 혹시 현실화되고 있는지, 다시 검토해봐도 재밌을 것 같아요.
내가 만일 대통령이라면 –
김창규 외 25인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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