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어떻게 바꿨을까? – 국가에서 마을로

책을 읽다보면 조금 더 일찍 나왔으면 좋았을 걸-하는 책들이 있습니다. 이제 나오기엔 조금 낡은 내용이 되었거나, 시의성을 가진 내용을 담았을 경우입니다. 어제 읽은 「국가에서 마을로」역시 마찬가지. 2008년쯤 나왔으면 딱 좋았을 책인데, 2012년에 읽기엔…

이 책이 말하는 것은 어찌보면 단순합니다. 먼저 그 시대에는 그 시대를 관통하는 정보유통시스템/정보처리시스템이 존재하고, 그것에 의해 그 사회의 의사결정구조가 틀 지워진다고 봅니다. 그런 전제 하에 이 시대를 관통하고 있는 인터넷이고, 이 인터넷의 특징이 현재 사회를 하나의 거대한 마을-처럼 만들어놨다고 합니다.

지은이가 마을 커뮤니케이션의 특징으로 든 것은 ① 구술성 ② 사람 미디어 ③ 공/사 구분 없음 ④ 익명성 부재 ⑤ 빠른 정보 전파 ⑥ 직접 민주제 ⑦ 자생적인 평판체계-이며, 이들이 모두 인터넷 사회의 특징과 일치한다고 하면서. 한 마디로 필자가 보기에 현대 사회는 근대의 고안물인 프라이버시 등이 다시 사라진, 인터넷으로 통합된 거대한 근대 이후의 공간. 언어나 국가 단위로 쪼개진 거대한 마을들의 시대입니다.

어찌보면 퇴행적 주장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지은이는 이런 변화속에서 희망을 봅니다. 그 희망의 근거에는 홀롭티시즘 : 개인이 전체를 볼 수 있게 된 사회에 대한 전망, 웹2.0으로 대변되는 협업 사회에 대한 전망이 담겨 있습니다. 다시 말해 한 개인이 사회의 전체 구조를 전망할 수 있게 된 사회에서, 피지배층은 지배층만큼의 힘을 가지게 되고, 이를 통해 커뮤니케이션 구조까지 필요에 따라 디자인 할 수 있게 되리란 믿음입니다.

과연 그렇게 될까요? 데즈먼드 모리스의 『인간 동물원(1969)』에서는 정반대의 주장을 합니다. 모리스는 교역과 기술의 발달에 의해 인간 사회는 ‘초부족 사회’로 진화했으며, 그로 인해 익명성이 심화되었다고 말합니다. 필자는 현대가 오히려 익명성이 사라지는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말합니다. 확실히 40년전의 모리스는 인터넷을 몰랐을 겁니다.

그렇다면 지난 40년간, 인터넷은 인류가 만들어놓은 초부족 사회를 뿌리째 뒤흔들 어떤 힘을 가지게 된걸까요? 글쎄요. 전 아직 세상이 일종의 인간 동물원, 그러니까 우리는 인위적인 환경속에서 살아가며, 그 환경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보는 쪽입니다. 인터넷이 어떤 커뮤니케이션 혁명을 일으킨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진 초부족 사회를 심화시키는 쪽으로 작용하는 면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아파트 옆 집 사람이 누구인지도 잘 모르는 세상에서, 인터넷이 활성화되었다고 대한민국이 하나의 마을이나 마찬가지다-라는 주장은 조금 무리가 아닐까요?

국가에서 마을로 –
전명산 지음/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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