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가스. 아무 것도 모르고 찾아갔던 도시.
빛,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그 곳은, 붉은 사막의 한가운데 검게 피어난 꽃. 시차 적응을 하지 못해 헤매던 새벽, 그 새벽에도 꺼지지 않고 화려하게 밤을 밝히던 불빛들. 시끄럽게 떠는 사람들의 소리, 웃음소리, 고함소리. 어딘 가에선 요란하게 음악이 울리고, 춤을 추는 사람들. 끝없이 흘러가던 사람들. 꽉찬 자동차들. 정신 없을 정도의 소란스러움이 당연하다는 듯이 허리에 손을 올리고 거리를 지키고 있던 도시.
죄, 이곳에 온지 8년 되었다던 늙은 흑인 택시 운전사는, 아이들 학비를 벌기 위해 일하고 있다고 말을 하고, 이제는 문을 닫은 낡은 쇼핑몰 앞에, 주섬주섬 카트를 끌며 서 있던 노숙자들. 카지노 딜러 앞에서 담배를 피던 사람들, 술을 마시며 슬롯머신을 당기던 사람들, 어딜가나 만날 수 있는 벗은 여인들의 사진과 전화번호가 담긴 전단지, 들어오라고, 들어오라고 유혹하는 사람들. 당신이 슬롯머신에 돈을 넣는 순간, 하늘에는 죄가 쌓여가고 있다고 푯말을 들고 서 있던 어떤 사람.
쓸쓸함, 공항에서 어떤 연인들은, 서럽게 울며 이별을 하고, 시가렛, 시가렛을 외치며 돌아다니던, 피곤한 얼굴로 미니 스커트를 입은 어느 동양 여인. 새벽 편의점에서 일하던 종업원은, 내게 스페인어로 말을 걸고, 지나가는 사람들끼리 어떤 인사도, 대화도 없었던 도시. 수없이 부대끼면서도 아무도 말을 걸지 않던 도시. 오로지 팁을 받기 위해 웃어주던 웨이트레스들, 쓸쓸한 표정으로 지나가던 어떤 노부부.
라스베가스, 빛과 죄와 쓸쓸함의 도시. 40만의 사람들이 4천만의 떠도는 이들과 꿈을 꾸는 곳. 나는 아닐 거라고 말을 해도, 나는 같을 거라고 말을 해도, 어찌할 수 없는 텅 빈, 그런 영혼들이 주인인 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