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애플 – 잡스가 애플 제국에 남긴 비밀

애플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한 시대를 바꿔버린 기업.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는 기업. 어떤 이는 애플 제품은 가지고만 있어도 멋이 난다고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애플의 제품과 그 안에 담긴 가치를 컬트적으로 숭배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정말 애플이란 기업에 대해 알고 있을까?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애플이 아니라 스티브 잡스의 재미있는 일화들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그렇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사실 애플은 잡스의 회사였고, 내부적으로도 철저한 비밀주의를 고수하는 회사다. 그런 회사에 대해 많은 것이 알려져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감출수록 알고 싶은 것이 많아진다. 특히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이후의 애플이 여전히 성장할 수 있을지, 그 내부에선 어떤 이들이 어떤 일을 벌이고 있는 지가 궁금한 사람들에겐 더더욱 그렇다.

‘인사이드 애플’은 그런 사람들을 위해 애플의 내부 사정을 파헤친 책이다. 책의 지은이 ‘애덤 라신스키’는 미국 경제지 ‘포춘’의 선임기자이자 비지니스 저널리스트. 비지니스 저널리스트. 그가 바라본 애플은 우리가 흔히 가지고 있는 애플의 이미지와는 다르다. 왠지 스타트업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면서도 세련되고 멋있을 것 같은 이미지의 애플은 거기에 없다. 대신 거기에는 규율이 제대로 서있고, 비지니스에 밝으며, 제품에 집중하는 대기업이 있다.

그가 보기에 애플은 멋진 회사는 아니지만 ‘비상식적으로 위대한’ 회사다. 그리고 짐작했겠지만, 애플이 그런 기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 중심에 스티브 잡스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남긴 것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게 된다.

포커스 – 핵심에 집중할 것

애플은 결코 쉬운 직장이 아니다. 휴가 따윈 언제라도 없어질 각오를 해야 한다. 주말을 반납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렇다고 동종 업계보다 대우가 좋은 것도 아니다. 애플의 사람들은 서로 싸운다. 그것도 상당히 격렬하게 토론할 때가 많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 받고 싶은 사람은 애플에서 견뎌낼 수가 없다. 애플의 비밀주의는 겹겹이 쌓인 양파다. 그 안의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일과 자신의 일과 연관된 사람들 밖에는 모른다. 애플에는 카스트 제도가 있다. 몇몇 사람들과 그들의 팀은 특별 대우를 받으며 그들도 그 사실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 중 가장 대우 받는 사람들은 당연히 디자이너다. 애플은 디테일에 미칠 정도로 집착한다. 특히 단순함에 대한 집착은 놀라울 정도다.

…한 마디로, 애플이 아닌 다른 회사가 이런 조건으로 사람을 모집한다면 나쁜 회사 취급을 받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에서 사람들이 기꺼이 일하는 이유는 단 하나, 세상을 놀라게 만들 제품을 만드는 일에 함께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쯤되면 종교 집단과 비슷하다. 애덤 라신스키가 취재한 애플 직원들도 그런 말을 부정하지 않는다. 이상한가? 어쩌면 그렇게 생각할 지도 모른다. 이 책을 번역한 전 미국 라이코스 CEO 임정욱도 애플은 “투명 경영, 권한 이양, 지역거점 분산형 경영, 정보공유등을 강조하는 현대 경영학 이론을” 모든 면에서 거스른다고 말한다.

재미있는 것은, 실은 이런 애플식의 문화가 알고보면 그리 특이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결정은 리더가 한다-는 요즘 즐겨보고 있는 ‘마스터셰프 코리아’의 팀별 미션에서도 도전자들이 스스로 내세웠던 원칙이다. 담배회사 필립 모리스 역시 치열하게 싸우는 토론 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히려 싸우지 않는 조직이 더 위험하다. 사내 정치를 통해 특정 파벌이 회의를 장악하게 되고, 그저 윗사람의 입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면 이미 그 조직은 썩은 것과 다름 없다.

하지만 다른 점 역시 분명히 있다. 스티브 잡스가 만든 애플 제국의 비밀, 영속 가능한 기업이 되기를 꿈꿨던 그가 애플에 심어놓은 것은 바로 철학이다. 중요한 것에 촛점을 맞추고 나머지에 대해 No라고 말하는 것. 그래서 좀 더 단순하고 단순하고 단순해 지는 것. 그 단순함을 통해 가장 멋진 제품을 만드는 것.

회사 내에서 시작되는 수많은 비밀 프로젝트에 대해 다른 구성원들은 어떤 일인지조차 모르게 만드는 것 역시, 직원들의 포커스를 자신이 하는 일에만 맞추기 위함이었다. 대신 애플 직원들은 누구라도 자신이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는 지를 명확하게 알고 있으며, 거기에 대해 책임을 진다. 디자이너가 가장 우대받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디자이너는 철학을 제품에 구현하는 사람이다. 제대로 된 디자인은 점 하나라도 거기에 있을 이유가 존재한다. 그리고 제품을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쓰기 쉽게 만들어야 한다.

스티브 잡스 자신의 영향력도 빼놓을 수는 없다. 감성 지능에 대해 책을 쓴 다니엘 골만이 얘기하듯, 회사의 분위기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바로 리더다. 리더는 싫든 좋든 그 조직 구성원의 역할 모델이며, 최종 의사 결정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무의식중에 그의 언행에 직원들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물론 잡스는 신이 아니다. 다들 알고있듯 그가 손을 댔음에도 불구하고 망한 제품도 결코 적지 않다. 하지만 잡스의 현실 왜곡장은 애플 직원들조차 꿈을 꾸게 만들었다. 자신이 만드는 제품이 세상을 바꾸게 만들 것이란 꿈을. 그리고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와 무엇에 대해 No 라고 해야하는 지를 명확하게 구별해 줬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도 죽은 사람의 섭정 체재가 지속될 수 있을까? 스티브 잡스의 모습은 여전히 애플 안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그리고 그 그림자는 분명히 애플을 지금까지 이끌고 왔으며, 앞으로도 이끌어갈 중요한 포인트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잡스 다음의 혁신을 수행할 사람들은 당연히 잡스가 아니기에, 이 책에선 팀 쿡을 비롯해 주요 애플 인사들에 대해 소개하고 그들의 행동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 사람들 가운데에 누가 팀 쿡 다음 자리를 차지하게 될 지 궁금해한다. 그렇지만 그들은 아직 스티브 잡스의 페르소나다. 그리고 잡스 이후의 애플은 분명히 잡스를 넘어서야만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그들이 과연 그런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애플의 미래가 점점 더 궁금해지는 이유다.

인사이드 애플 Inside Apple –
애덤 라신스키 지음, 임정욱 옮김/청림출판

* 아레나 7월호에 보낸 ‘인사이드 애플’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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